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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ul 29. 2019

비오는 바르셀로나

여행자에게 소나기란.



'그래, 가우디 하나 알고 왔으니 일단 가우디부터 보러 가자!'

무작정 호스텔을 나왔다.

바르셀로나에 대해 아는 것은 가우디뿐이요, 가우디에 대해 아는 건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 성당)뿐이었으니 사그라다 파밀리아로 무작정 향했다.

지하철역을 빠져나와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바르셀로나는 내 상상 속 스페인의 모습과 많이 달랐다. 열정 넘치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거리에 작열하는 햇빛이 내리쬘 줄 알았는데, 거리는 조용하고 깨끗했으며 모든 거리마다 질서 정연하게 줄지어 선 가로수 덕에 크게 뜨겁지도 않았다.

한가로이 걷다 보니 길가 놀이터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사이로 무겁게 퍼지는 종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들어보니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그곳에 있었다.




"지금 들어갈 수 있나요?"

성당 입구의 경비원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물어봤다.

돌아오는 대답은,

"예약해야 해. 오늘은 이미 끝났어. 내일도 예약 마감이야. 다행히 모레는 남아있어. 얼른 예약해!"

"땡큐 땡큐! Gracias(스페인어 : 감사합니다)!"

마음이 급해졌다. 모레는 귀국 전날이기 때문에 그 날을 놓치면 못 들어가 보고 돌아가야 한다. 얼른 어디든 앉아서 예약부터 해야겠다 싶어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등지고 돌아선 순간, 하늘에서 꽤 굵은 빗방울이 톡톡 떨어지더니 금방 세찬 소나기로 변했다. 웬만한 비는 그냥 맞고 다니는 나이지만 그 날의 소나기는 너무 거셌다.

나는 빗 속을 방정맞게 달려 근처의 기념품 가게로 들어섰다. 비를 피하러 이 곳에 들어온 사람은 나뿐만은 아니었다. 다만 사람들이 기념품을 구경하는 척하다가 비가 잦아드는 것 같으면 쏜살같이 나가버리니, 주인은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나는 어디를 가나 사 오는 마그넷 몇 개와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담겨있는 작은 스노우볼 하나를 계산한 후 그곳에서 비도 피하고, 주인의 눈치도 피할 수 있었다.

여행 중 만난 비는 당혹스럽지만, 지나고 보면 큰 행운이다. 더운 열기를 견디고 견디다 결국 울컥 모든 것을 쏟아낸 하늘은 유난히 더 아름답다. 참았던 감정을 토해낸 후처럼, 때론 낯선 곳에서 만난 비 갠 후의 하늘은 여행자로 하여금 카타르시스에 잠기게 만든다.

바르셀로나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당신 때문만은 아니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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