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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ul 29. 2019

바르셀로나의 첫 향기

제가 왜 바르셀로나에 왔냐면요



지칠 대로 지친 배낭여행의 종착지, 바르셀로나.

혼자 떠나는 여행이 으레 그러하듯, 이젠 익숙한 낡은 호스텔에 짐을 풀고 삐걱삐걱 사다리를 오르고 나서야 비로소 휴식을 갖는다.

계획 없는 방랑객은 이제 벼락치기로 관광 계획을 세울 여력도 없다. 그리고 7월 남유럽의 뜨거운 맛을 이미 로마에서 실컷 느끼고 온지라, 불쑥 밖으로 나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




내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열차를 이용해 유럽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닐 계획이었으니, 열차로 닿을 수 있는 곳을 최대한 많이 돌아다니는 것이 첫 번째 선택지였다. 그렇게 했었다면 아마 독일에서 동유럽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고, 독일에서 열차를 타고 이탈리아로 넘어가기 전에 크로아티아와 오스트리아를 들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선택은 두 번째였다. 동유럽과 독일 남부-이태리 북부 사이의 국가들을 제쳐두고, 로마에서 비행기로 바르셀로나에 가는 것.

앞서 말했듯, 바르셀로나에 대해 아는 거라곤 '가우디'가 전부였다. 그러나 가우디 때문에 무작정 바르셀로나로 떠났다. 가우디는 누군가가 격렬히 동경하던 대상이었고, 바르셀로나는 그 누군가가 그리워하던 땅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누군가'를 여전히 동경하고, 그리워했다.




당신이 사랑한 바르셀로나는 어떤 모습, 어떤 색감, 그리고 어떤 향기였던 걸까.

변죽 좋은 방랑객-어쩌면 적응력이 빠르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이었던 나는 반나절 만에 이 곳에 적응했다. 현지인들에게 스페인산 화이트 와인을 추천받아 거나하게 취한 밤이었다. 물론 와인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나이를 알 수 있는 ID카드를 제시해야 했다. 스물둘은 여전히 그런 나이인가 보다. 애 같은 어른, 혹은 어른 같은 애. 어쨌든 어른스럽기도, 유치하기도 한 내 마음 덕분에 난 이 곳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선선한 밤, 카탈루냐 광장 일대를 휘청휘청 헤집었다.

'당신에게 바르셀로나는 어떤 첫인상을 주었던 걸까?'

여전히 답을 알 수 없는 물음을 괜히 떠올려본다.

"나는 언젠가 이 곳을 떠올린다면 화이트 와인 향을 기억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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