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짧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는다면 단연 캄보디아에서의 열흘 밤을 이야기할 것이다. 그 열흘 동안 봉사활동이라는 명분은 보기 좋게 부서졌다. 많은 걸 내려놓았지만 한편으로는 가득 채운 곳이었다. 스물세 번째 1월, 태어나 가장 뜨거웠던 겨울의 일이었다.
나에게 캄보디아는 해맑은 미소와 맑은 공기, 매일 저녁 타던 붉은 노을과 아무 곳에나 털썩 드러누워 바라보던 밤하늘의 별로 기억될 것이다.
돈디오 초등학교로 가는 길
작은 천사들을 만나러 가는 익숙한 비포장도로다. 이 울퉁불퉁한 길에 조금 더 익숙해지고 싶을 때가 되면 떠나게 된다. '조금 더 익숙해지고 싶을 때'라는 건 사실 마지막이 코 앞에 다가왔을 때에야 비로소 느끼는 소중함이다.
'마지막'이라는 세 글자는 참 묘하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만큼 내달릴 때 누군가 '이게 정말 마지막이야' 하고 말해주면 마음이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는데, 이제 좀 상쾌한 바람을 가르며 달리기 시작한 순간 누군가 마지막을 고하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매일 우리를 배웅해주던 돈디오의 천사들
나에게 캄보디아에서의 시간은 후자에 가까웠다.
나는 그곳에서 완벽히 진심이었다. 매 순간의 내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다짐했고, 정말 그렇게 했다. 그리고 매 순간 남김없이 몰입했다. 나의 모든 순간이 진심이었고, 최선이었던 열흘이었다. 그럼에도 얄궂은 마지막은 여전히 아쉬웠다. 그곳에서 나는 분명 나 자신이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숨이 차도 멈추지 않았기에 그 끝은 후련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보니 지금까지의 뜀박질은 결코 숨이 찰 만큼 빠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더 달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 아니면 하나의 레이스를 완주해내는 동안 내가 좀 더 단단하게 성장한 걸 지도 모른다.확실한 건 '마지막'이라는 녀석 덕분에 나의 성장을 짐작해볼 수 있다는 거다.
우리의 모든 도전과 노력은 '시작'에서 비롯되지만, 그 결과와 나의 성과를 수확하는 단계는 '마지막'이다. 우린 그렇게 연약한 한 꺼풀과 안녕하며 더욱 단단한 인간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