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등장하여 많은 이들의 가치관을 장악한 단어, 욜로(YOLO)! 그 뜻은 'You Only Live Once!' 즉, '인생은 한 번뿐이야!'
욜로는 뜨거운 청춘의 패기와 만나 들불처럼 번졌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밴드들의 락앤롤(Rock&Roll)과 같이 욜로는 젊은 세대의 새로운 가치관, 그들의 캐치프라이즈로 떠올랐다.
인생은 한 번뿐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욜로는 하나뿐인 인생이니 후회 없이 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개념이다. 그것 역시 좋다. 그러나 후회 없이 사는 것과 내일이 없이 사는 것은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나도 한 때 욜로의 신봉자 중 하나였다. 후회 없이 살아보려고 하니 매일 힘이 불끈불끈 솟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모든 에너지의 원동력은 욜로라고 믿었다. 그것까지는 좋았다.
후회 없이 살아보려 하니 지금이 아니면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것들을 찾게 되었고 그 결과로 도출해낸 나의 답은 '여행'이었다. 이는 비단 나만의 결론은 아니었을 것이다. SNS에는 여행하는 청춘들이 넘쳐났고, 유쾌하고 때론 무모하기까지 한 여행길은 '청춘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여행을 즐기는 청춘들의 사진과 영상을 퍼 나르는 SNS 페이지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처음엔 단순히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해 여행 전문 SNS 페이지를 팔로우했었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이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것을 콩알만 한 자취방에 누워 들여다보고 있자니 여행하지 않는 나 자신이 청춘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떠났다. 처음엔 즐거웠다. 그러나 점점 여행은 잦아졌고, 통장을 탈탈 털어 여행을 다녀오고서는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기까지 했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 유럽여행을 다녀왔다는 지인의 이야기, 여행을 위해 기존에 하던 알바에 단기 알바까지 투잡을 뛴다는 친구... 그렇게 여행을 떠난 청춘들은 아마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을 한 번쯤은 했을 거다. 소위 말하는 '인생샷'을 건지기 위한 여행, SNS 업로드를 위해 줄을 서는 포토존, 사진을 찍기 위한 화려한 생김새의 음식, 통신이 끊겼다가 다시 잡히면 부리나케 SNS에 접속해 사진부터 올리는 사람들... 물론 그들은 그러한 방식으로 행복을 좇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여행 후의 일상이 때때로 괴로웠다. 내일 일을 생각하지 않은 여행의 결말은 궁핍과 공허였다.
애석하지만 인정했다. 욜로는 나의 변명이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 자랐고, 원하는 대학에 입학했다. 열심히 공부했고, 많은 것을 경험했고, 또한 끊임없이 돈을 벌었다. 그러나 열심히 살아도, 열심히 벌어도,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누리고 살 만큼의 부를 축적할 수 없다는 생각이 날이 갈수록 지배적이다. 5평도 채 되지 않는 이 작은 자취방에 매달 50만 원가량을 바쳐야 한다. 치열하게 살아도 취업 문턱 넘기조차 힘들다. 내 집 마련의 꿈은 멀어진 지 오래고, 그렇다 보니 결혼은 인생 최대의 사치스러운 관문처럼 여겨져 포기한 상태다. 지금 나의 꿈은 지금 자취방보다 딱 2배만 더 넓은 곳에서 사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차피 인생은 한 번뿐이야! 내일은 없어!'라는 마음가짐은 희망적이라기보다 충동적이다. 아니 어쩌면 나는 내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욜로족이 되겠다고 한 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