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크리스마스 아침에 갓 내린 눈이어야 했다
내 키가 아빠의 허리를 겨우 넘었을 무렵부터
크리스마스엔 꼭 눈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곱 살 때 산타에게 축구공 모양 저금통을 받고 실망한 이후로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내 유일한 성탄절 선물이 되었다
반드시 크리스마스 아침에 갓 내린 눈이어야 했다.
나는 그 따끈한 눈으로 누나랑 눈사람을 만들고
그 눈사람에게 눈과 코와 입을 만들어 줬다
그리곤 아빠의 바지 끄댕이를 잡고 아빠를 집 앞으로
데려와 억지로 칭찬을 듣고 나야만
그 장엄한 의식은 끝을 맺었다
이제 내 키는 아빠의 정수리를 훌쩍 넘었고
크리스마스엔 눈이 오지 않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눈사람을 만들지 않을뿐더러
겨울엔 언제 내렸는지 모르는 하얀 눈을 연신 차내며
차가운 길을 걷는다
이번 크리스마스엔 눈이 올까
나는 그것이 문득 궁금해졌다
작가의 말 :)
겨울에는 여름이 그립고, 여름에는 겨울이 그립습니다.
제 작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