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베개를 끌어안고 엎드려 자다 보면, 계산대에 물건이 점점 쌓인다.
1년간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밤잠을 팔아 돈을 벌었다. 남들이 잠에 드는 시간에 출근하고, 잠에서 깨는 시간에 집에 왔다. 이른 아침에 집에 와 간단히 씻고 나면 잠 생각이 간절하다. 그래서 얼른 이불로 들어가 눈을 감는다. 이불속은 평화롭다. 여기엔 술 취한 아저씨도 없고, 바닥에 토 하는 아가씨도 없다. 반말하는 사람, 돈을 던지는 손님들도 다 자기 집에 갔다. 이윽고 손으로 베개를 끌어안고 엎드려 자다 보면, 계산대에 물건이 점점 쌓인다.
얼른 물건 궁둥이에 붙은 바코드를 찍는다. 띡. 띡. 계속 찍어대는데 도통 물건이 줄지를 않는다. 손님들은 시야 끝까지 길게 늘어서 있고, 못 본 사이에 금세 물건이 더 쌓인다. 후미진 동네 편의점에 웬 손님들이 이렇게 많나 싶다. 앳돼 보이는 한 손님이 담배를 사려는데 신분증을 안 보여줘서 실랑이하다 이내 꿈인 줄 깨닫는다.
'이것들이 꿈이어서 다행이다' 싶어서 한 번, '꿈에서도 알바를 하네 허허' 하면서 또 한 번. 한숨을 두 번 내뱉고 다시 잠든다.
지금은 주말마다 치킨집에서 일하고 있다. 반년이 다 되어간다. 요즘은 전화받는 꿈을 자주 꾼다. '어디 어디 치킨집입니다~'하고 전화받으면,
"닭 날개가 하나 없네요. 태어날 때부터 없었던 건 아니겠죠."
"아직 배달 출발 안 했나요, 아까 전에 시켰는데요."
"치즈볼이 안 왔어요." "콜라가 미지근하네요."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송구하여
"너무 죄송합니다."
"지금 출발했습니다."
"다시 보내드리겠습니다."
하고 거듭 사죄하다가, 꿈인 것을 깨닫고 발로 이불 한번 차고 다시 잠에 든다.
내 꿈은 이것들이 아닌데,라고 생각하며 지낸다.
작가의 말 :)
추운 겨울, 여러분 모두 뜨끈하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작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