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무더위를 피해 집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폭포로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나는 인생 아이스크림을 발견하고 말았다.
이름은
안디잔 아이스크림.
폭포수 앞에서 한 어린아이가 아이스박스 하나 놓고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는데 그걸 본 큰 딸이 사달라고 떼를 쓰는 바람에 처음 안디잔 아이스크림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위생적으로 괜찮을까 싶어 말리려던 찰나에 덜컥 돈을 주고 사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아빠 샤로프든이었다.
뭐라 할 새도 없이
일단 먹어봐, 맛있어.
라고 말하는 샤로프든에 엉겁결에 먹은 한입은
어렸을 적에도 엄마가 된 지금도, 임신 중일 때 조차도 아이스크림을 한번 먹기 시작하면 대여섯 개씩 먹어댔던 아이스크림 애호가였던 내겐 감동 그 자체였다.
안디잔(우즈베키스탄 지역명)에 사는 사람이 개발한 아이스크림이라 안디잔 아이스크림이라고 지었다고 하는데 우즈베키스탄에 생활하다 보면 이런 지역명을 붙인 상호의 이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안디잔 아이스크림도 이름만큼 무척이나 평범, 아니 겉보기에는 초라하고 그저 그런아이스크림처럼 보이지만판매방식이 보통의 아이스크림과 달라서였을까,
발견 즉시 두 개는 먹어야 될 것 같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 한국의 포켓몬 빵을 떠올리게 하는데 입소문과 판매방식이 다른 마케팅 때문인지 더욱 맛은 신비 그 자체였다.
그렇다면 안디잔 아이스크림은 대체 어떤 맛?
집에서 퍼 담은 아이스크림이긴 하지만 밖에서 사 먹어도 실제로 70g을 숟가락으로 저렇게 담아주기에 모양은 비슷하고 겉보기엔 초라해 보이지만 맛은 그렇지 않은 것이 젤라토만큼은 아니지만 맥도널드에서 파는 소프트콘보단 꾸덕함에 뭔가 더 깊고 진한 달콤함인데, 예상하는 그런 맛에 두 단계쯤 더 업그레이드한 바닐라 맛 정도 되는 것 같다.
특히 아이스크림 밑에 과자는 눅눅하다는 이유로 잘 안 먹었는데 안디잔 아이스크림은 과자와 함께 먹으면 더 맛있는 것 같았다.
가격 또한 하나에 한국돈 400원으로 양은 적지만 적은 만큼 아쉬움도 살짝 남으면서 길에서 하나씩 사 먹기 딱 좋은 아이스크림이 아닌가 싶다.
안디잔 아이스크림은 안디잔사람이 미국에서 배워온 아이스크림이라고 하는데 우즈베크에 와서 처음 아이스크림을 판매할 때는 마트에 비치되어 있었지만 맛있다는 사람들의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너도 나도 비슷한 이름으로 따라 하는 사람들이 생겨 더 이상 슈퍼에 납품하지 않게 되었다고 하는데그 이후, 판매방식을 바꿔 전국에 안디잔을 납품하는 곳을 두고 개인 판매자가 와서 사가면 그 개인 판매자는 카트를 끌고 다니며 아이스박스에 담아 이동하며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식으로 바꿨다고 한다.
길에서만 파는 줄 알았는데 중간에 판매하는 사람이 또 있었다니,
이런 희소식에 우즈베키스탄 식구들에게 묻고 물어 안디잔에서 직접 가지고 와서 팔고 있는 가게에 가보았는데 가게라기보다는 집에 큰 냉장고를 놓고 개인에게 판매하는 식이었고 직접 판매하는 사람에게도 주기 위해 아이스박스까지 팔고 있었다.
바로 먹어야 맛있으니 한 번에 다 먹을 수 있는 만큼의 양인 욕심껏 1kg를 사서 집으로돌아왔는데 역시나 북적이는 우즈벡 식구들과 먹으니 늘 돌아오는 건 하나뿐인 아이스크림이고 그래서 더 맛있는지도 모르겠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처럼 과자나 아이스크림이 다양하지도 않고 맛이며 질이며 한국만큼 맛있는 군것질거리를 쉽게 찾기 어려웠는데,아이스크림만큼은 마트가 아닌 길에서 파는 걸 자주 먹어서인지 우즈베키스탄에서 먹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꽤나 맛있게 느껴진다.
그래서 한국에서 엑설런트며 설레임이며 배스킨라빈스에서도 하고 많은 맛 중에 바닐라만 먹었던 어머님이 왜 바닐라 아이스크림만 찾았는지 이제야 이해가 좀 가는 것도 같았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집에 가는 내내 남편에게 안디잔 아이스크림을 만든 사람부터 언제부터 우즈베크에 있었냐는 둥 궁금증이 폭발하여 묻기 시작한 나는 한국에 가져가면 아마 한국 사람들도 엄청 맛있어서 여기만 먹을 거라고 흥분해서 이야기해보았지만 우즈베크 남편이 말했다
얼마를 줘도 비법 안 가르쳐줄걸?
안디잔 아이스크림 회사는 인맥 없이 만드는데 아무도 못 들어간대.
역시 꽁꽁 숨기는 폐쇄적인 우즈베키스탄임을 또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나는 샤로프든 이 길을 걷다 아이스크림 사준다고 하면 혹시라도 안디잔 아이스크림 카트를 볼까 싶어 아이스크림을 참게 되었는데 찾으면 찾을수록 이상하게 더 안 보이는 안디잔 아이스크림.
맛있게 다 먹고도 후회했던 아이스크림
타슈켄트에서 남편과 데이트 중 타슈켄트 시티 안에서 밥을 먹고 나와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걸어 나오는데 입구 밖에 줄지어 서있는 안디잔 아이스크림 카트들을 발견하고 좌절을 한 나는 이날 이후로 관광지나 사람 많은 곳을 갈 때는 안디잔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아이스크림을 더 자제하고 기다려보기로 다짐도 하였다.
줄지어 있던 안디잔 아이스크림들
만약 안디잔 아이스크림이 마트에서 팔았다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어서 그냥 맛있는 아이스크림 중 하나라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이동하는 리어카를 통해서만 먹을 수 있고 조금씩 먹어서 더 맛있는 것일까
어느 날은 남편과 타슈켄트의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는데 남편이 안디잔 아이스크림 파는 아이를 가르켰다.
내 눈에만 안 띄는 안디잔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을 파는 저 아이도 맛있는지 안디잔을 먹으며 걸어가고 있는데 나처럼 좋아하는 사람 또 있다며 샤로프든 은 한참을 웃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