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한국인 아버지는 딸이 시집가기 전까진 해외여행이라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으셨고 드셔 본 외국음식이라고 해봤자 햄버거, 피자가 전부이셨는데 외국인과 결혼한 딸 덕분에?
생전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들을 처음 접하게 된 아버지셨다.
우즈베크 음식을 처음 드실 때만 해도 젓가락을 들기도 망설이셨고, 향신료 냄새에 코를 찡그리시기도 했던 아버지가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신 건지 아니면 조금씩 입맛이 바뀌었는지 어느새 사위가 해주는 음식은 거리낌 없이 드시게 되었는데 입맛 까다로운 아버지에게는 엄마의 음식도 늘 기대에 못 미쳐 반찬 투정하기 일쑤셨지만, 감사하게도 사위가 해주는 음식은 언제나 늘 잘 드셔 주신 아버지.
가게 오픈 전날 테스트할 겸 아버지와 식당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지만 이날은 아버지와 단둘이 오붓한 식사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얼마 전 수술 후 입원 중인 어머니에 혼자 계신 아버지가 걱정되었는지 남편이 아버지를 개업한 가게로 초대하였는데 어찌나 설레던지.
사실 아버지를 닮아 입맛 까다로운 나 역시도 처음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한식처럼 익숙해져 버린 우즈베크 음식들.
외식이 부담스러워 남편이 식당을 열면 자주 먹겠거니 했지만 막상 내 입에 들어가는 게 아까워서인지 오히려 더 먹기 어려운 음식이 되어버렸고 어디 다른 데 가서 사 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남편이 아버지와 나를 초대해 주었는데
아버지 덕에 제대로 먹어보자 하고 자리를 잡고 식사를 시작한 우린 그동안 먹고 싶었던 음식과 인기 있는 메뉴들을 주문하고, 평소 궁금했던 음료도 함께 주문해 아버지와 먹어보았다.
샤슬릭(고기꼬치) 3개, 추츠어라(일명 만둣국), 라그만(튀긴 볶음 우동), 파트르(페스츄리빵)까지 시켰는데 아버지는 사실 이날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먹기 보다도 사위의 가게가 장사가 잘 되는지를 더 걱정하고 궁금해 늘 가보고 싶어 하셨는데 이날 초대를 받으셔서 기분이 좋으셨는지,
설레는 마음에 낮부터 밥을 굶고 오셨다고.
다행히 아버지가 계신 시간에 손님들이 많이 와주셔서 분주해진 가게를 보고 아버지도 마음이 살짝 놓이신듯했다.
식사를 하며 아버지께 솔직하게 맛 평가를 부탁드렸지만 분명 맛없다고 하셨을 아버지가 어찌나 긍정의 대답들을 해주시는지 음식맛보다는 역시 사위가 좋긴 좋은가 보다.
요즘 어머니의 부재로 아버지께서 일 끝나고 살림도 도맡아 하고 계신데 그래서인지 어머니가 더 생각나시는 듯하다.
식사를 하면서도 어머니가 생각나셨는지, 자랑하듯 어머니에게 전화를 거시는 아버지는 식당을 나서면서도 "다음에는 엄마도 같이 와야겠다" 하셨는데
자주 가는 친정이지만 아버지가 혼자 계셔서 요즘 더 자주 친정집에 가는 우리들이다.
아버지와 식사를 마치고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딸기를 사서 집으로 향했는데 손주들을 보며 환하게 웃는 아버지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딸은 아버지 닮은 사람과 결혼한다더니.'
그 말이 맞는 거 같으면서도
나는 그 말이 참 좋다!
사위가 하는 외국인 식당에 간 장인어른의 찐 리뷰!
https://www.youtube.com/shorts/t8MgElCCdi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