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과겨울 May 07. 2020

완벽한 휴식과 충전은 불가능하다.

당분간 없을 긴 연휴의 끝에서.

몸은 휴식과 충전이 필요하다. 대개 휴식은 시간을 느긋하게 보내는 여유를 통해, 충전은 일상의 굴레를 끊어낸 경험으로 이뤄진다. 주말은 늘 짧지만 막상 휴일이 길어져도 휴식과 충전을 충분히 채우기는 어렵다. 게다가 긴 휴일은 알차게(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게) 보내야 할 것 같아 마음까지 괜히 더 바쁘다. 뭔가를 할 의욕이 없는 와중에 집에만 갇혀있기는 싫어서 본가도 가고 타 지역에 사는 친구 동네에도 놀러 가고 하다 보니 보탬 없이 이번 연휴의 24시간 정도를 차 안에서 보냈다. 그렇게 버스에서 절반 정도의 시간은 잠으로, 나머지는 하염없이 지나는 풍경에 온갖 생각들을 흘려보냈다. 상상 속에서만 바삐 뛰어다니는 일도 몸과 마음에 에너지 소모가 크다.

통장 잔고는 언제나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마음은 그 말을 못 들은 척하고 싶어서 자꾸 딴짓을 한다.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누구도 대신 풀어주지 않는 문제를 한구석에 밀어놓은 뒤 소비가 만드는 일시적 기쁨을 그 앞에 쌓아둔다. 그러나 마음에 있는 여러 개의 눈을 모두 꺼두긴 쉽지 않아서 방치된 문제들은 시야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쉬면서도 휴식이 아니고 낯선 장소에 있으면서도 충전이 되지 않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피곤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머릿속으로 답이 없는 질문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렇게 아등바등 애써서 어제와 비슷한 오늘, 오늘과 비슷한 내일을 이어가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그리고 이런 질문에 자체적으로 내린 답은 어김없이 비관적이다. 지금 겪는 상황보다 크게 좋아질 것 같진 않은데 나빠질 가능성은 무수해서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기 쉽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건 그런 회의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더 나은 답을 갈구하고 기왕이면 조금이라도 더 잘 살고 싶은 열망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충분한 휴식의 방법을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잘 산다는 게 어떤 건지 모르겠다. 물론 안다고 해도 어렵겠지만 내 행복을 중시하면서 타인의 행복을 무시하지 않고 싶고, 한 걸음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면 좋겠다는 어렴풋한 바람만 있을 뿐이다.


언제나 후회는 미래의 몫이다. 다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으로 자랄지 알 수 없는 씨앗을 골라 심고 일단 기다리며 지켜보는 것이다. 열매는커녕 싹조차 트지 않더라도 거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서.

매거진의 이전글 관계의 끝에는 ‘갑자기’가 없듯 ‘깨끗히’도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