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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주 Jan 19. 2023

예민이

서로를 가여워하는 마음

예민이는 예민이를 알아본다.


예민한 감성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반갑고 또 슬프다.

그 이가 살아온 인생과 살아갈 시간이 결코 쉽지 않을 걸 안다.

그래서 그 이에게 호감이 생긴 순간

그 이가 가여워 코 끝이 시큰하다.  


가여워하는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처음 고양이와 살게 되었을 때,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다 주겠노라 다짐했고 그 아이로 인해 내 인생은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어떤 존재에게 이렇게까지 무한한 사랑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내 것을 나누어주는 동안 오히려 결핍이 메워지는 낯선 경험을 했고, 그건 사람이 해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걸 바로 알았다.

그리고 뜬금없는 순간 눈물이 터졌다.

버스 타고 창밖을 보다가, 갑자기.

지금 저 창 밖 쓸쓸한 거리를 배회하는 내 고양이를 상상했는데 상상만으로도 눈물이 터졌다.

가여워. 가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사랑하는 마음은

가여워하는 마음과 함께 오는 걸까.

태어나 지금까지 사랑만 받은 너인데도

혹시 모를 공포가 너에게 닥칠까 두렵고

상상만으로도 슬프다.


부디 내 사랑 안에서 안전하길.

그 예민한 감각으로 행복만을 탐하길.


서로를 알아보는 시간 _ Digital painting, 30x30, 2021 by 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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