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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묘미 May 03. 2023

돈가스 가라사대

맛없는 돈가스도 돈가스다.


돈가스는 맛있다. 돈가스를 많이 먹다 보면 정말 맛있는 돈가스를 구분해 낼 능력이 생긴다. 어떤 고기를 쓰고 몇 도의 기름으로 튀겨야 하는지에 대한 전문적인 견해가 아니다. 접시 위에 담긴 돈가스의 차림새를 보고 한눈에 돈가스를 파악하는 돈상가가 된다는 뜻이다. 돈가스가 썰려 나오는지 통째로 나오는지, 샐러드에 가늘게 썰린 양배추만 있는지 무순이나 옥수수콘이 섞여 있는지, 고추냉이나 소금이 딸려오는지. 


겉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당장 돈가스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씹어보면 대번에 안다. 입술과 앞니를 거쳐 혀와 입천장 사이를 파고드는 튀김옷의 감촉을 느끼고 동시에 기름의 향을 맡는다. 첫인사만으로도 테이블 위에 떡하니 앉아 뽐내는 위용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별 가능하다. 튀김옷이 딱딱하면 식사를 마친 뒤 입천장이 전부 까져 너덜너덜해진다. 잠자기 전까지 혓바닥으로 쓰다듬으며 다독여줘야 한다. 


‘그래 맛없는 돈가스도 돈가스야… 참자.’ 


눈처럼 입안에서 부스러지며 녹는 튀김옷을 만난다면 기쁨에 미소가 저절로 번지고 위장은 얼른 그 성스러운 음식을 내려달라고 목젖까지 손을 뻗는다. 이런 음식점은 왜 우리 집 앞에 없을까 한탄하면서도 매일 먹다 보면 질리니 가끔 와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을 고쳐먹는다. 

 

돈가스 마니아는 첫 번째 돈가스를 먹을 때 소스를 찍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고기의 풍미를 즐길 정도의 미식가가 아니라면 소스를 적당히 찍어 먹어보는 것이 좋겠다. 그래야 요리사의 수줍은 고백을 살며시 엿들으며, 완성된 돈가스와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악의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돈가스를 사랑함에도 한두 조각이 남는 순간 느끼해서 억지로 먹게 되는 경우다. 이럴 때 샐러드나 깍두기를 먹는다. 둘은 완벽한 소방수지만, 느끼함과 함께 돈가스의 맛 또한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초반이던 후반이던 이 순간이 찾아온다면 식사는 끝났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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