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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묘미 Jul 03. 2023

돈은 쉽게 벌어야 한다.

성장하는 사람을 직접 만나야 하는 이유

대학 졸업 후 연락이 뜸했던 형에게 문자가 왔다.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형은 몇 년 전부터 작은 쇼핑몰을 운영 중이라고 했다. 대학 전공과 다른 분야였지만, 그때도 좁은 자취방에 사무실을 꾸려 외주를 받아서 일하던 형의 모습을 떠올리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몇 주 뒤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경기도 외곽으로 이사 간 형의 집으로 찾아갔다. 만남은 어색했지만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달라진 것은 분위기였다. 미용실에서 제대로 손질한 헤어와 당당하게 걷는 폼이 학생 때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점심을 먹으러 시내로 걸어가며 대화를 나눴다. 학교 다닐 때 이야기, 동기가 결혼을 한다는 소식, 세월이 참 빠르다는 한탄. 점심을 먹고 형은 자신이 운영하는 사무실을 구경시켜 주겠다고 했다. 


차를 타고 십 분쯤 이동하다가 샛길로 빠져 농촌으로 진입했다. 도착한 장소에는 컨테이너 박스와 큰 창고가 있었다. 컨테이너를 빌려서 사무실을 차렸구나 짐작하던 찰나에 차에서 내린 형은 큰 창고 문을 열었다. 컨테이너와 창고 두 군데를 빌려서 쓰고 있다고 했다. 창고 내부는 무척 넓었고 선반에 박스와 물품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한쪽에 설치된 천막 안에는 가장 잘 나간다는 물품을 포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자취방에서 혼자 일을 벌였던 형이었는데 이렇게 큰 창고를 갖고 그럴싸한 사업을 꾸린 모습에 놀랐다. 허구한 날 실없는 농담만 주고받던 형은 사업가가 되어있었다.


출처: pixabay


몇 달이 지나 형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사업 차 해외로 출장을 간다며 그동안 쇼핑몰 택배 배송을 업무를 도와줄 수 없겠냐고 물었다. 학생 때 형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이 떠올랐고 생활비도 넉넉지 않았기에 하겠다고 말했다. 출장 전날 창고로 찾아가 형에게 일을 인수인계받았다. 송장표를 확인하고 택배를 포장하는 일이었다. 설명을 듣고 주문 수량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수입이 적지는 않아 보였다. 다음날 출장을 떠나기 전 형의 집에서 숙식을 하며 같이 맥주를 마셨다. 품고 있었던 고민을 털어놓았다. 예전 같았으면 말도 안 되는 농담으로 웃으며 끝이 났을 대화였을 것이다. 하지만, 형은 내 고민을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듣고는 자신이 사업을 하게 된 계기와 과정을 이야기해 줬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라는 속담을 예로 들며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돈은 쉽게 벌어야 한다고 생각해."
"자고 있을 때도 돈이 벌리는 시스템을 만들 거야."


출처: pixabay


난 항상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려고 노력했다. 회사에서나 계약직 직원으로서나 돈은 크게 생각 않고 최선을 다해서 일했다. 무슨 일을 맡아도 책임감을 갖고 일했다. 그렇게 살다 보면 누군가 알아줄 거라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여러모로 은근히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 계약이 끝나면 모이는 돈보다 함께 일한 사람이나 회사를 향한 서운함이 컸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그쪽에서 연락이 오면 내가 먼저 살갑게 웃으며 조금 개선된 임금을 받고 다시 노동력을 불태웠다. 돈보다 관계, 돈보다 나만의 성취를 위해 일했지만, 오랫동안 나에게 미련한 습관을 들여놓은 거 같다는 의심이 들었다.


돈 벌기 쉽지 않다. 퇴근하고 녹초가 된 몸을 소파에 누이면 한숨에 섞여 흘러나온다. 하지만 형이 했던 말을 떠올려보니 생각이 달라진다. 돈을 쉽게 벌려고 하면 그만큼 쉽게 벌리는 것도 돈이 아닐까? 물론 길바닥에서 10원 한 장 줍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남에게 피해를 주며 돈을 버는 것은 금물이다. 그러나 나의 태도를 문제 삼기보다 생각 하나만 뒤집어 본다. 그동안 내가 들여온 습관을 무기로 삼는다면 인생이 순탄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차오른다. 유튜브에서 부자를 인터뷰하는 수많은 콘텐츠를 보면 각성보다 이해를 하는 선에서 그쳤다. 애초에 영상이란 건 단면만 보여주는 가짜이기에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데는 치밀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그러나 오랫동안 봐온 지인이 자신의 사업을 꾸리고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직접 보는 순간 확실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공한 사람의 곁에 있어야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말. 부자가 더 큰 부자와 가까이 지내려고 하는 행동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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