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전 나때문에 목숨을 잃게 된 아기 고양이의 죽음에 대해 기록해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록하지 않은 것은 잊혀지기 때문에, 기록하며 회고하지 않으면 나의 잘못에 대해 짚고 넘어갈 수 없기 때문에, 다음에도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자 이틀전 아침의 일을 적어둔다.
추석을 앞둔 주말 평소처럼 탄이(삽살개, 12살 이상 추정), 심바 (진돗개, 12살)를 데리고 앞산으로 산책을 갔다.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는 아이들이라서 주1회 산책밖에 시켜줄수가 없기 때문에게 서로에게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다. 가급적 자유롭게 해주고 싶어서, 집근처 인적없는 선산에서 풀어두고 산책을 시키는 것이 우리의 일과다. 그날도 평소처럼 선산에 올라서 산책을 하고, 냄새도 맡고, 서너번 기분좋게 배변도 하고 가려는데 '부르기 전에' 항상 내옆에 와있는 탄이가 한참이나 보이지 않는거다. 아마도 5분 정도? 체감시간은 15분이상이지만 실제기다린 시간은 5분에서 8분 남짓이었을거다.
탄이야, 하고 이름을 열번쯤 부르자 깊은 산속에서 풀숲을 헤치고 위풍당당 탄이가 나타났다. 심바는 이미 큰언니가 집으로 데리고 간 터라 탄이 목줄을 매고 집으로 오면되는데, 타이밍을 놓쳐서 탄이가 그만 집을 지나 마을쪽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첫번째 후회.
평소와 달리 탄이가 불러도 오지 않았던 산속에서 평소와 다름을 인지하고 목줄을 하고 내려왔어야했다)
목줄없이 한번도 마을쪽으로 내려간적이 없었기에 너무도 불안했다. 추석 연휴라 할머니집에 다니러 온 아가들에게 위협적이진 않을까, 남의 비닐하우스를 찢지는 않을까, 밭의 농사를 밟아 망치진 않을까. 탄이 족적을 따라, 탄이 이름을 부르며 따라가다 '포기하고' 기다리다 보니 역시나 5분쯤 지났을까. 탄이가 입에 무언가를 물고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두번째 후회.이때 포기하지말고 계속 탄이 뒤를 따라갔어야했다)
선물을 발견했어요, 라는 표정이었다.
왜 슬픈예감은 틀린적이 없나.........탄이가 물고 온 것은 아기 길고양이였다.
불행히도 고양이는 이미 숨을 거두고 있었다.
작고 소중한 고양이 몸을 차마 삽으로 들수는 없어서 손으로 고이 들어 집 앞밭에 옮겨 묻어주었다.
이미 목숨을 거둔 고양이를 탄이가 물고 왔으면 좋았겠다고 백번쯤 스스로 합리화해봤지만 죄책감이 덜어지지 않았다. 탄이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을 가능성이 확연하기 높은 상황이었다.
탄이에게 교육을 하거나,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이건 명백히 100% 탄이의 보호자인 내 잘못이기 때문에 교육을 받아야 할 대상은 나였다.
10년전 까망이가 닭을 기절시켰을때는 개의 야생성과 본능에 대해 무지했던 터라, 일주일간 까망이와 내외하며 까망이를 원망했지만 지금은 그 원망의 대상이 까망이나 탄이가 아니라 나라는 것을 안다.
개에게는 잘못이 없다. 목줄을 할 타이밍을 놓친 내잘못이니까.
큰개나 작은개나 개를 기르는 보호자들은 아무리 시골산길이라고 하더라도 목줄을 메고 산책해야 한다는 것, 100번 모두 내옆에서 나와함께 보조를 맞추며 산책을 하던 개라고 할지라도 100번중 한번은 '일탈'할 수 있으니까 무턱대고 안심하지말고, 보호장치를 해야한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부주의했다.
(나와 같은 안도감을 가진 보호자들이 있다면 부디 나의 이 아픈 사건이 보다 더 주의를 기울이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모두의 안전을 우선하여 공통의 규칙을 지키며 살아가야 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것과
과도하게 자의적 해석하며 융통성 발휘하지 말것,
이번엔 괜찮겠지 안도하지 말것.
다른 길고양이들과, 강아지들과, 개들과 모든 동물들을 포함하여 살아있는 모든 것들 더 살뜰히 사랑하고 보살피며 살아야지.
용서를 구하며 잘못을 번복할 수 없는 날들이 많았기에 잘못하는 일들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개선한다는 게 쉽지않았는데 때로는 고양이의 죽음처럼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 명심하기.
귀한 가르침이었다.
애통하고 속상하고, 돌이킬수없는 나의 잘못으로 얻게 된 가르침.
이 소중한 가르침을 흘려보내지않고 사는 내내 알고 지르는 죄에 대해 번복하지 않게 하여주시고,
모르고 짓는 죄에 대해서도 항상 깨어있음으로 경계하고 돌아볼 수 있는 지혜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엄마에게 화를 내고 사과했는데, 언젠가는 엄마도 하늘로 돌아가실텐데 그날 잘못한일들보다 엄마와 행복했던 일들을 더 많이 떠올릴 수 있도록 오늘 하루 더 엄마에게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엄마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을 대할때 긍휼함으로 대할 수 있도록, 나의 쓴뿌리로 오해하거나 비난하지 않도록, 성령충만함으로 주님의 자녀다운 삶 살 수있도록 매일의 삶에 주님과 동행하며 기도하며 살겠습니다.
주님 무지개 다리건넌 작고 소중한 우리 아기 고양이 잘 돌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