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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세젤이맘 Feb 02. 2022

나를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글책 겨울 _ 에필로그





여름 편에 이어 함께 모여 쓰는 겨울 편을 마쳤다.

'글책_여름'에서는 무덥고 숨 막혔던 여름이라는 계절이 글쓰기를 통해 조금은 괜찮은 계절로 다가왔고, 코로나로 사람과 사람이 서먹해져 온기마저 느끼기 어려웠던 겨울은 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따뜻한 계절로 변해버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을 통과하는 우리의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내는 마이 힐라님의 글책 모임은 참 매력적이다. 지구가 태어난 이래 단 한 번도 같은 날씨가 없었다는 고미숙 작가님의 말처럼 사람이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같은 존재의 내가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없기에 순간의 시간을 살아가는 내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의미가 있다.


얼굴을 본 적도 없고 어디 살며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15명의 글벗들이 한 달 동안 같은 주제로 각자 다른 삶의 이야기를 쓰고, 블로그에 서로의 이야기를 전해주며 우리는 진짜 연결된, 함께, 같이 하는 연대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글을 나누며, 글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를 토대로 서로의 닉네임을 만들어 주기고 했다. 닉네임은 내 안의 또 다른 페르소나를 표현하고 나만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것으로 온라인상에서 나를 기억하기 쉽게 만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닉네임 작명 시간은 '글책 겨울'의 하이라이트중 하나로 기억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상위 1% 나의 시어머니'란 제목의 글이 다음(Daum) 포털 메인에 올라 조회수가 4만 5천을 기록하기도 했다. 혼자 쓰고 보는 글보다는 여러 사람들과 나누는 글이 훨씬 더 맛있는 법이다. 다음 포털에 노출된 경험은 글 쓰는 사람에게 굉장히 힘이 되는 짜릿함이며, 글쓰기에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기도 한다.


함께 쓰는 글 모임을 통해 글쓰기를 이어갈수록 나는 나 자신을 점점 더 사랑하게 됨을 느낀다. 내가 이 세상에서 얼마나 보잘것없고 미약한 존재인지, 얼마나 미성숙한 존재인지 뼈저리게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다. 나 만큼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고, 그런 나를 마주하는 방법이 바로 글쓰기다.


나 잘난 맛에 살다 한번씩 무너져 내릴 때마다 빗장 걸고 어디로 숨어버려도 나 자신에게 나를 숨길 수는 없다. 내가 나를 똑바로 보고 있기 때문에 숨어도 소용이 없다. 


다른 사람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나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어떨지 곁눈질하기 바쁠 때, 같은 출발선 상에 있던 동료들이 나보다 먼저 치고 나갈 때 여지없이 흔들리는 나를 볼때마다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나의 자신감이라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음을, 속절없이 무너지는 나를 보며 당황하기만 할 뿐, 제대로 지탱해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신감이 넘치니 자존감은 따라오는 줄 알았던 그 오만함을 깨우치게 된다. 자신감이 아닌 자존감이 충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자존감이 분명한 사람은 쉽게 흔들리지도 무너지지도 않는다. 가장 먼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나를 굳건히 지탱해 줄 자존감이 자라날 수 있다.


나를 사랑해야 함을 느낀다. 나 자신을 알아가고, 내 삶을 내 것으로 채워나가는 것은 바로 내가 나를 사랑하는것 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부족한 나, 미성숙한 나, 여기저기 서툰 나라도 괜찮다고 다독여줘야 함을 느낀다.


글쓰기는 저 깊고 어두운 골짜기 속 나를 바라보게 해 주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곳이 좁고 음침한 골짜기가 아니었음을, 그곳에서의 나도 참 괜찮은 사람임을, 나도 그 안에서 누군가에게 따뜻한 존재가 돼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다.


후회하는 선택, 생각하기도 싫은 나의 실수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기쁨으로, 소소한 즐거움으로, 새로운 시작의 기회로 연결되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닌가. 



인생의 목적은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 거란다

너에게는 너만이 완성할 수 있는 삶의 목적이 있고
그것은 네 사랑으로 채워야 할 것이지
누군가의 사랑으로 채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누군가의 사랑을 얻기 위해 그 사람의 기대에 맞는 
삶이 되려고 하지 말라

그 사람의 기대에 맞는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자신을 나무라지도 말라

- 무라카미 하루끼-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나를 사랑해주기, 그것부터다.

글을 쓰면 쓸수록, 글을 쓰는 시간, 그 글을 읽고 나누는 시간들이 나를 좀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내가 조금은 괜찮은 사람임을 알게 해 준다.


'글책 겨울'을 통해 글쓰기를 함께 한 글벗들과,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되기를 바라며 에필로그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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