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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수진 Dec 21. 2021

위기 탈출 그림 그리기

위기가 성장의 기회일까?

 자기 실수, 타인의 잘못, 환경설정 오류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위기가 찾아왔다. ‘위기는 기회와 맞닿아 있다. 위기는 성장의 기회다.’라고 여러 매체에서 말한다. 알고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잠깐의 숨 고르기가 필요한 성향인데 노력과 열정을 강조하는 타인이 부담스러웠다. 나약함과 추진력 없는 모습이 드러났다.


 생각과 언어가 부정적으로 변해갔고 우울감이 찾아왔다. 위기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피하면 피할수록 고립되었다. 남은 인생에서 넘어야 할 산이었으나 지금은 넘고 싶지 않았다. 인생의 거센 파도를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타야 한다는 것을 글로만 익힌 것이다. 글로만 알고 있더라도 살기 위해서는 산을 넘어야만 했다.


 위기 대처 능력 수준이 최하이기에 생각 정리가 필요했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손은 긍정적 결론을 향해 가려했지만 머릿속은 불안감과 두려움 때문에 부정적 결론을 향해 전진하고 있었다. 현실과 이상의 격차가 점점 벌어졌다. 간격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붓과 종이를 들었다. 마음 가는 대로 그림을 그렸다. 그림에 집중할수록 현실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드디어 마음에 빈 곳이 생겼다. 그 공간은 작은 열정과 노력으로 채워져 갔다.



위기 탈출 그림 그리기 ⓒ 방수진. 2021.



 그림을 통해 파도타기를 즐기고 무사히 산을 넘었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네!’라고 답할 자신은 없다. 열정과 노력 외의 것들도 필요했고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했다. 이전보다 잘 타고 넘을 수는 있었다.    








위기 탈출 그림 그리기 ⓒ 방수진. 2021.




 위기에 처할 때마다 작은 캔버스 혹은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림을 그릴 여력이 없기에 작은 캔버스를 선택했고 자신을 위로하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아이패드를 꺼냈다. 짧은 시간 동안 그림에 집중하고 나면 사우나에 가서 시원하게 땀을 흘리고 나온 것처럼 마음이 개운했다.  작은 그림의 완성은 성취감을 선물해 주었다.


 내가 생각하는 아이패드에 그림을 그리는 장점은 네 가지다. 수정이 쉽다. 휴대성이 높다. 잘 그려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손 그림에 비해 완성작의 부담이 적다. 이런 장점들은 위기에서 구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위기 탈출 그림 그리기 ⓒ 방수진. 2021.



 작은 캔버스와 아이패드로 그린 그림의 완성작은 이전보다 성취감을 빨리 느끼게 해 주었다. 가슴을 꽉 채운 성취감은 마음의 스위치를 긍정 쪽으로 켜주었다. 반짝하고 들어온 불은 위기로 어두웠던 마음을 밝혀주었다. 빛의 강도는 매번 달랐지만 걸어가야 할 길은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에 0.1%씩 앞을 향해 걸어갔다. 꾸준히 걷다 보니 지금이 되었다. 15년 경력 단절 아줌마가 0.1%씩 무언가를 그렸더니 지금이 되었다. 외주 작업으로 돈을 벌 수 있고 부크크를 통해 그림 에세이를 출간했다. 2022년에는 정식 출간하게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위기는 기회와 맞닿아 있다. 위기는 성장의 기회다.’라는 말이 맞았다. 당시에는 죽을 것처럼 힘들었고 피하고 싶었지만 극복하기 위해 움직이다 보니 어느 정도는 넘어갈 수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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