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다르다.
장난감 바구니에 모양과 크기가 똑같은 두 개의 인형과 장난감용 양팔 저울이 있었다. 겉모습처럼 인형의 무게도 같은지 궁금했다. 자동화 시스템 속에서 인형을 만든다고 해도 오류가 존재하지 않을까. 인간의 감각으로 확인하지 못하는 오차를 기계가 찾아줄 수 있지 않을까.
기계라고 정의 내리기에는 귀엽고 앙증맞은 양팔 저울 위에 두 개의 인형을 올려놓았다. 저울이 오른쪽으로 조금 기울어졌다. 같은 속도로 올려놓지 않아 기울어진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형 두 개를 집어 들었다. 오른손으로 잡고 있던 인형과 왼손으로 잡고 있던 인형을 동시에 양팔 저울 위에 올려놓았다. 다시 오른쪽으로 약간 기울어졌다. 양팔 저울이 고장 난 것인지 살펴보았다. 양팔 저울은 제 기능을 하고 있었다. 제조 회사가 같은 제품인데 오차가 발생했다. 육안으로는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무엇 때문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인형을 분해하거나 제조사에 물어보거나 인터넷 검색하고 싶은 열정은 없었다. 단지 오른쪽 인형과 왼쪽 인형을 바꾸어 다시 저울에 올려놓을 수 있는 의지만 있었다. 결과는 같았다. 왼쪽 인형을 올려놓은 저울이 아래로 약간 내려갔다. 똑같은 인형이지만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무언가로 인해 무게 차이가 발생했다.
겉은 같지만 속은 다르다. 속이 달라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쌍둥이로 태어나도 커가면서 달라진다. 유전적 배경은 같지만 환경적 부분으로 변화가 발생한다. 식습관과 몸무게가 변화되고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과거는 같을 수 있지만 현재가 조금씩 달라지고 미래에는 차이가 벌어진다. 같은 부모의 유전자를 통해 한 배 속에서 태어났지만 형제, 자매의 키와 몸무게, 성향, 사고방식이 다르다. 인간뿐 아니라 나무도 뿌리는 같지만 가지가 다르다. 한 그루의 나무에도 빛을 많이 받고 자란 가지는 무성한 잎을 자랑하고 빛을 거의 받지 못하는 가지는 앙상하게 말라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수만 가지의 조건들에 의해 모든 것은 달라진다.
인간은 눈, 코, 입, 손, 발을 동일하게 갖고 있지만 생각은 천차만별이다. 국가, 사회, 가정환경의 영향을 받아 생각이 자란다. 생각을 통해 몸을 움직인다. 누군가는 생각하는 대로 살고 다른 누군가는 살아지는 대로 생각한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미디어, 미디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휴대폰, 전 세계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 등을 통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뺏기고 있다.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자신을, 어떤 권력에 의해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틀 안에 갇혀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뺏기고 있다. 생각의 중요성을 깨달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생각의 빈익빈 부익부를 깨닫지 못하고 물질의 빈익빈 부익부만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 없는 사람은 생각 있는 사람으로 대체되지 않을까.
같은 자리에 앉아 장난감 양팔 저울에 놓인 인형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집 막내가 어깨를 툭툭 쳤다. 멍하니 양팔 저울을 보고 있는 엄마의 생각을 궁금해했다. 두 인형의 무게가 조금 차이를 보이는데 겉만 봐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막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엄마가 모르는 것을 자신만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막내는 발 부분의 봉제를 보여 주었다. 천이 안으로 말려 들어간 인형의 이름은 톰, 안으로 말리지 않고 그림과 그림이 잘 맞닿아 있는 인형의 이름은 제이미라고 했다. 봉제 차이가 무게 차이를 이끈 것은 아니겠지만 엄마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봉제의 차이를 아이는 알고 있었다.
생각은 다르다. 다르기에 배울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다름을 알고 막내와 함께 톰과 제이미로 인형 놀이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