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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수진 Mar 21. 2022

회피에게 도전장을 내밀다

게임 레벨 올리기

그리다


그림 속 세상 ⓒ 방수진. 2022.



그림 속 세상 ⓒ 방수진. 2022.




쓰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이 만만치 않음을 깨달았고 어린 시절의 패기와 열정은 사라져 갔다. 지금만 유지해도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후로는 도전하지 않았고  상태에 머물려 했다. 일시 정지 상태에서는 행복한 감정이  찾아오지 않았다. 재생 버튼을 눌러 움직여야 했지만 회피하고 싶었다. 회피하려는 이유는 비이성적인 결정 때문이었다. 도전 대비 성공 확률이 낮다는 효율성을 들이대며 자신의 행동에 한계를 두었다.


불편한 마음을 간직하고 남은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았다. 회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도전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게임 레벨 올리기'를 입력했다. 게임 레벨이라 생각하니 해볼 만한 것 같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그림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다. 그림은 전시회를 통해 관람자에게 보이는 크고 멋진 작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정관념을 깨고 작고 가벼운 그림도 가치 있다는 것을 머릿속에 새기며 가벼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작가가 그림 판매를 이야기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 또한 나의 옹졸한 생각일 수 있다고 여겼다. 그림 그리는 사람도 1인 기업가가 될 수 있지 아닐까. 물론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려는 자신에게 '적당함'은 지금부터 알아가면 된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전시회에서 볼 수 있는 원화만이 아닌, 그림과 타이포그래피를 접목한 상품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림의 상품화를 위해 가벼운 그림 위에 타이포그래피를 편집해서 실제 상품으로 제작했다.



그림 속 세상 ⓒ 방수진. 2022.



그림 속 세상 ⓒ 방수진. 2022.



그림 속 세상 ⓒ 방수진. 2022.




그림 속 세상 ⓒ 방수진. 2022.




기존에 하던 방식의 작업이 아니기에 두려움도 있었지만 자신을 믿었다.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누가 믿어주겠는가. 그렇게 결과물인 인쇄된 상품을 받고 사진을 찍는 순간, 말할 수 없는 희열과 설렘이 가득했다. 지금까지 작은 세상에서만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앎은 레벨 1에서 2로 올라갔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만족감은 희망과 행복으로 이어졌다. 작은 것들의 합이 행복임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족 모두 건강하고 사랑하는 친구들과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으며 나를 위해 기도하는 언니, 동생이 있다. 그렇다. 받은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들과 그럭저럭 잘 지내는 것이 행복이기에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어."


그녀들과의 통화 후 손으로 만져지는 결과물을 보며 자신에게 속삭였다.


"행복하다."




산책하다


옷걸이에 걸린 구겨진 옷의 매력을 바라보고



깔끔하게 정돈된 그릇장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화려한 색감이 주는 색의 매력을 눈에 담으며



차분한 색상의 꽃을 한참 동안 관찰한 후



커튼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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