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것은 없다

상처입은 치유자

by 또다시

영원한 것은 없다.



우리 성당에 다닌 지 17년 되었다. 그동안 주일학교 교사를 5년 이상 했고 성경공부도 하며 참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다. 평일미사도 얼마나 자주 다녔는지 신부님과 수녀님, 그리고 많은 신자들이 날 알아봤고 열심한 신자라고 인정해 주었다. 일이 많고 바빴지만 '참 좋은 시절'이었다. 그땐 몸도 건강했고 의욕이 넘쳤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시련이 닥쳤고 난 모든 일을 내려놨다. 신앙을 잃진 않았지만 사람들 만나는 일이 두려워졌고 다른 성당으로 전전했다. 혼자서 발버둥을 쳤지만 그 좋은 시절처럼 설레고 열정적인 날은 오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났다. 오늘도 우리성당 미사에 다녀왔다. 많은 이들이 낯설었다. 아니 거의 대부분이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변한 것처럼 긴 세월동안 내가 알고 있는 이들도 삶의 상황이 변했으리라. 내가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을 두려워했듯 누군가들도 그러했을지도 모르겠다. 두 달 뒤에 난 이사를 한다. 누군가들도 이사를 했거나, 냉담 중일지도 모르겠다. 아파서 누워있는 이들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눈에 익던 그리고 친했던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남편이 주말농장에서 농사를 지은지 10년이 넘어간다. 남편은 농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다들 개성이 강해서 크고 작은 다툼이 끊이지 않았지만 화해하기를 반복하며 오랜 세월을 함께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삐거덕거리던 인간관계가 회복되지 않기 시작했다. 욕심이 대단히 많고 남탓을 잘하던 A씨가 B씨, C씨와 싸웠다. 늘 A씨에게 양보하고 너그러웠던 B씨와 C씨는 이번엔 더이상 가만있지 않고 농장을 떠나버렸다. 얼마 안있어 A씨 마저 간암에 걸려 농사를 그만 두었다. A씨가 떠났으니 B씨, C씨에게 다시 올 것을 권유했으나 이들은 이젠 농사를 짓기에 나이가 너무 많이 들어 힘들어서 안되겠다고 했다. 떠난 사람들 자리엔 새로운 얼굴로 채워졌고, 새로운 얼굴은 또 새로운 얼굴을 데려왔다. 이젠 농장엔 남편만 그대로 있고 모든 이가 새로운 사람들이다. 농장에 가면 늘 있을 것만 같던 A, B, C씨도 떠나갔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시간은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사람의 마음이 변하기도 하고 건강이 나빠지거나 노화가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사람을 둘러싼 상황이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변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은 영원하지 않다. 세상엔 영원한 것은 없다. 사람이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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