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

상처입은 치유자

by 또다시

호수공원을 걸었다. 한적했다. 석양은 지고 하늘은 금세 회색빛에서 남색 잉크 색으로 바뀌었다. 하늘 빛에 따라 호수 수면도 변했다. 마음에 담고 싶은 풍경을 스마트폰에 담았다. 낮과 밤의 경계에 먼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신비감에 빠진다. 하늘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정신이 멍해지고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왔는지 목적을 잃는다. 이명은 현실감각을 더 잃게 만든다. '하늘과 호수 그리고 나'는 '하나'가 된다. 신비로운 세계에 나 혼자서 있는 것 같다. 그 옛날 소크라테스가 들었던 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진다. 깨달음의 세계에 들어선 것만 같다. 대자연의 신비 앞에서 난 한없이 작은 자연의 일부이며, 더 큰 세계로 무작정 떠나고만 싶다. 난 누구이며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나를 찾아 떠나는 순례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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