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칼립투스

간병 일기

by 또다시

유칼립투스 잎에서 향기가 난다. 촘촘한 잎이 돌려나고 마주난 가지 서른 여개는 화병을 가득히 채웠다. 물 속에 잠긴 잎은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다. 꽃집에서 꽃을 팔았던 이는 왜 아랫 부분의 잎을 고스란히 그대로 두었을까? 유칼립투스 가지와 주황 장미 10송이가 이곳에 온지 나흘 째이다. 장미가 먼저 고개를 숙였고 유칼리투스 잎에서도 물기가 빠져나가 거칠어 지고 있다. 바삭해진 잎을 손으로 감싼다. 잎은 감자칲 부서지는 소리를 낸다. 손바닥에서 숲 향기가 난다. 상쾌하고 시원한 향내이고 머리를 맑게 해준다는 여느 허브 오일 냄새이다. 집 안 잡동사니를 없애고 텅 빈 공간에 유칼립투스 가지를 한아름 가져와 풀어놓고 싶다. 2024년 1월 1일을 요양병원 308호실에서 엄마와 함께 보내고 있다. 유칼립투스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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