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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다시 Feb 17. 2023

아름다운 자기계발서, <마음편지>

책<마음편지>의 저자는 두 명이다. 고(故) 구본형 선생은  기업의 CEO들이 뽑은 최고의 '변화경영이론가'이며, 직장인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강연가 1순위에 선정되었고, KBS 라디오는  '구본형의 성공시대'를 12부 드라마로 방송했다. 저서로 <익숙한 것과의 결별> 외에 40여 권의 베스트셀러가 있다. 홍승완 작가는 구본형 선생의 제자이다.  '컨텐츠랩 심재'를 운영하며 직장인 대상 커리어 코칭을 하고 있으며, 인물학 전문가로서 독서와 글쓰기, 창의성과 학습법에 접목한 컨텐츠를 개발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저서로 <위대한 멈춤>외 다수 있다.(출처: '위키백과', '예스24 작가소개)

저자 소개의 '경영, 변화, 성공, 코칭' 등의 낱말은 세상이 요구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자기계발을 연상케하지만, 저자들의 책은 세상의 여느 자기계발서와는 사뭇 다르다. 그들의 책은 참된 삶을 고민하며 '인문학'을 바탕으로 철저히 성찰한 결과물이다.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 세상의 요구를 알아차렸다면, 그래서 비로소 '나'를 지키기를 바란다면 저자들의 책을 읽기를 바란다.

<마음편지>는 다음과 같이 탄생했다.

구본형 선생은 생전에 10년 넘게 매주 '마음편지'를 발송했고, 타계하기 9개월 전에 보낸 마음편지에서는

'내 영혼을 키운 불멸의 명언들을 주제로 구독자들과 함께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선생의 제자 홍승완 작가는 스승이 책 작업을 위해 써 둔 마음편지 중에서 '자신에게 깊이 다가온 문장을 추리기-그에 대한 본인의 해석-독자에게 건네는 질문'으로 글 한 편씩을 구성했다.

'책을 읽는 것'은 '작가의 마음을 읽는 것'이요, '작가와 대화하는 것'이라고 한다. <마음 편지> 책을 읽는 동안은 이 말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책이 던져준 질문에 나도 모르게 '예', '아니오' 대답을 했다. 얽히고 섥힌 생각타래의 실들이 술술 풀리면서 나도 모르는 나를 알게 해 주었다.


운명 같은 '그 일', 찾았나요?(33쪽)

우주는 준비가 된 사람에게 신비롭게 운명을 알려 줍니다. 우리 역시 현실 속에서 운명적 우연을 겪습니다. 우리는 우연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이 세상에서의 역할이 무엇인지 홀연 깨닫곤 합니다. (...) 물론 소명이 한 번의 사건으로 선명하게 찾아오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우연이 여러 얼굴로 거듭되며 우리 안의 잠재력을 하나하나 일으켜 세웁니다. 우연이 그저 우연으로 끝나고 마는 무수한 버림의 과정을 지나 때가 무르익어 감이 떨어지듯 우연은 필연적 운명이 됩니다. 스스로를 경영한다는 건 이 과정과 운명에 대한 낙관입니다. 무슨 일이 나를 찾아와도 그것은 더 훌륭한 삶의 전조임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36쪽)

나는 5년 가까이 융에 관한 책을 읽고 분석 심리학을 길잡이 삼아 나 자신을 탐구하며 인생이 던지는 물음에 답을 찾아 나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소명이라 할만한 열쇳말을 발견했습니다. 소우주 인간을 탐구하는 '내면 탐험가', 이것이 나의 소명입니다.(책 43쪽)

삶에는 새로운 페이지가 펼쳐져야 할 순간이 있습니다.(44쪽)

난 코로나 3년 동안 어둠 속에서 살고 있었다. 10년 넘게 이룬 인생의 성과를 다 날렸고 실패한 인생이라 여겼다. 책이 고찰해준  '소명'에 이렇게 답했다.

"어둠 속에 있었지만 결코 모든 것을 다 잃은 건 아니었네요. 제 소명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우연처럼 보인 이 일이 제 소명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대에게 '좋은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61쪽)

세상의 생각 대신 자신의 생각을 가진다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그것은 고독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고독이란 바로 나의 생각에 빠져들고 세상에 이미 알려진 상식적 삶에 질문을 퍼붓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생각은 고독을 만들고, 고독은 철학을 가짐으로써 자기다운 삶으로 나아갑니다.(63쪽)

아리스토텔레스는 좋은 삶이란 에우다이모니아라고 합니다. (...) 에우다이모니아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내 모든 것을 끄집어내어 최선을 다할 때 찾아오는 행복감입니다.(64쪽)

가만히 관찰해 보니 내가 아는 행복한 사람들은 두 가지 믿음을 가지고 있더군요. 기쁨은 자기 안에 자리하고 있다는 믿음과 작고 단순한 것에 행복이 있다는 믿음.(71쪽)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난 고독을 즐깁니다. 고독에 철학을 가지라니 어렵네요. '나의 고독에 철학 갖기', 이 일은 두고두고 생각할 '화두'로 두겠습니다."


내가 만일 나무라면 어떤 나무일까요?(73쪽)

삶에는 정해진 목적이 없습니다. 삶의 유일한 목적이 있다면 삶 자체입니다. 여행의 목적이 목적지에 닿는 게 아니라 여행 자체인 것과 같습니다.(77쪽)

나무의 삶은 꽃과 열매만이 아닙니다. 이 둘은 나무의 중요한 일부인 동시에 짧은 한 시절일 따름입니다.(82쪽)

우린 목표를 정하고 이렇게 말한다.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결실을 맺자." "인내는 쓰고 그 열매는 달다." 씨에서 시작된 나무의 자람은 무시한채 열매에만 촉각을 세운다. 나무의 삶은 꽃과 열매만이 아닌데 말이다.  오늘의 삶이 어찌됐든 '나'라는 나무는 자라고 있다. 나쁜 추억은 있어도 나쁜 경험은 없다고 한다. 우린 오늘도 경험을 했다.


누군가를 위해 함께 비를 맞아 본 적 있나요?(101쪽)

공감은 관계의 바탕이어서 나와 타인 간의 거리를 좁혀 줍니다. 그리고 나와 상대 사이에 생명력이라 부를 수 있는 숨결을 불어넣습니다. 그래서 세상에 상처를 입은 사람은 자신에게 깊이 공감하는 사람 속에 숨습니다. 그런 사람 하나만 있어도 견딜 수 있습니다.(103쪽)

어두운 사건에만 공감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다만 한겨울에 소나무의 푸르름이 더 눈에 잘 들어오듯이 공감도 힘겨울 때 더 힘이 되어 줍니다. 사실 살아가며 겪는 다채로운 일들 모두가 공감과 연결됩니다.(109쪽)

이 책이야말로 '진정한 자기계발서'가 맞는 것 같다. 인간관계의 기본인 공감에 대해 이렇게 아름다운 말로 풀이해서 써주다니!


많은 일을 해낸 하루는 눈깜짝할 새 지나가 버려 '하루가 짧았다'라 말한다. 반면, 일이 없었던 하루는 천천히 가고 '하루가 길었다'라 말한다. 하루를 길게 살고 싶다면 시급하진 않지만 가장 중요한 책읽기에 투자하라. 하루 그리고 일주일을 길게 살고 싶다면 <마음편지> 책을 읽으면 되겠다. 인생의 선지자가 던져준 질문에 대답하다 보면 하루를 짧게 만드는 세상의 일을 잠시 제쳐둘 수 있을 것이다. 일보다 더 중요한 것에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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