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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나책장 Oct 09. 2023

유쾌하고 담백한 세계를 선물하고 싶어서

feat. 장줄리앙 전시 <친구들 Les Amis>


일상이 너무나 고행같이 느껴지는 시기를 지날 때가 있다.

노력은 가라앉고 실수만 드러나는 시절을 겪으며 나는 복잡하고 무거운 짐을 홀로 지고 가는 기분이었다.

한없이 가라앉을 것 같아 생각을 멈추고 그림을 봤다. 장 줄리앙과 친구들의 4인전이다.

삶의 여러 다채로운 온도 중 유쾌하면서도 담백하고 깊은 세계를 제시해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 나였기 때문이다.


장줄리앙과 얀 르벡의 작품이 특히 좋았다.

내가 보고 싶고 머물고 싶은 풍경을 뚝 떼어다가 내 앞에 그림으로 제시한 것처럼 나를 파리의 휴양지 속으로 데리고 갔다.

장 줄리앙의 일상이 좋았고, 얀 르벡의 그린 파리의 곳곳은 말 그대로 위안이었다. 가장 좋았던 건 얀 르벡이었음을 우선 밝힌다.


니콜라스 줄리앙의 조각과 그웬달 르 벡의 작품도 각각의 이유로 좋았다

나무라는 물성이 니콜라스 줄리앙의 손을 거치면 사랑스러운 동물들로 창조되었다. 그의 장난스러움과 자유분방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업들이었다.


그웬달 르벡의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색을 대범하게 쓰면서도 붓터치에 힘이 있어서 들여다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시원해진다.


나는 나의 과업이 너무 무거워 다시 그림을 꺼냈다.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가기 시작했다. 그제야 마음이 조금 시원해졌다.

우리의 일상은 통제되지 않고 예측불가한 사고 앞에 자주 노출된다. 그리고 그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도 해를 입힌다. 마음의 병은 무섭고 힘이 세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우리의 정신은 고유한 방으로 우리를 이끌고 갈 수 있다.

나는 나의 현실의 상해 속에 나를 두지 않기로 결심했다. 마음을 굳게 먹고 다시 힘을 냈다.

나에겐 무기가 필요했는데 그건 유머와 여유였다.

이들의 그림을 보며 구체적인 상을 그릴 수 있었다.

나는 길을 닦는 사람이 될 것이다. 나아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모든 복잡한 사고 속에서 유쾌하고 유익한 면을 꺼내 그것을 제시할 수 있는 그런 기획자가 될 생각이다.

누구보다 그런 위로와 쓸모가 필요했던 과거의 나를 위해,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내가 그것을 엮어 선물하려 한다. 그런 위트와 경쾌함이 필요한 누군가에게도 가닿길 바라며.


그 유쾌함을 실질적인 물성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은 전시 <장 줄리앙과 친구들>도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다.


전시는 11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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