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피터슨 교수는 그의 저서와 강연에서 '세상 탓 하기 전에 방청소부터 하라'는 따끔한 충고로 유명세를 얻었다. 피터슨 교수는 방을 치우는 사소하고 긍정적인적 행동들이 모여서 나를 바꾸고, 그런 행동이 모여서 점차 세상을 바꾼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런 이야기들은 사소하더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라는 교훈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면 어떻게 될까? 같은 주제지만 피터슨 교수와 반대로 부정적 방향으로 풀어보자. 방 청소를 게을리 하는게 어떻게 내 인생을 좀먹는지에 관하여 말이다.
누구에게나 청결한 상태가 유지되어야하는 최소한의 상한선이라는게 있다. 그게 유독 높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낮은 사람도 있다. 여기까지는 취향의 문제기에 룸메이트가 아니고서야 문제될 건 없다. 문제는 상한선이 낮아도 괜찮은 사람이 아닌데 낮은 상태에 무뎌진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청결하지 않은 상태는 뭐가 되었건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사소하게는 보기 안좋은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는 점차 불쾌함으로 바뀌고 실제적인 위생 문제를 일으키며 결국에는 내 공간을 내가 제어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다. 즉, 청소하는 습관의 기본 성질은 평소에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려는 태도이다. 반대로 청소를 미룬다는 것은 문제해결능력이 아닌 '문제방치내성'을 기르는 불성실한 습관을 기르는 것과 같다. 사소한 문제를 미루다보면 중요한 문제도 외면하고, 그게 쌓이면 내 삶을 외면하는 태도가 된다.
나는 시험기간에 갑자기 청소를 시작하는 걸 이런 맥락으로 생각한다. 평소같지 않은 압박감으로 인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각성상태에 이르러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애써 외면하던 내 삶의 사소한 문제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부랴부랴 청소를 마치면 문제를 미뤄오던 습관의 문제점이 들어온다. 문제해결력에도 체력이 있다는 점이다. 문제를 미뤄왔다는건 체력단련을 안했다는 뜻이고, 청소를 끝냄과 동시에 탈진이 오며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이것밖에 안되는 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