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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May 11. 2024

몬스테라 분갈이

 요즘 들어 몬스테라를 집에 들이고 싶었다. 이파리가 넓적하니 커서 시원시원해 보이기도 하고 가끔 이파리에 길쭉한 구멍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게 몬스테라의 매력이다. 정형화된 걸 싫어하는 나는 그래서 더 몬스테라에 끌린 듯하다. 그때부터 꽃가게에 가면 몬스테라를 찾게 됐다. 내가 원하는 팔뚝만 한 길이는 적어도 3만 원이 넘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집으로 데리고 오기에는 무게가 만만찮아 보였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작은 것을 사서 커다랗게 키우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터넷에서 작은 몬스테라를 검색했다. 가격은 괜찮았는데 내가 원하는 이파리 모양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잊고 있었다.

그러던 중 친정에 갔다가 원예농원에 가게 됐다. 매년 초 봄이면 부모님은 고추, 토마토, 오이, 수박 등 모종을 몇 개씩 밭에 심으셨다. 마침 엄마가 모종을 사러 간 곳에 따라갔다. 아무 생각 없이 농원에 펼쳐진 다양한 꽃, 모종 등을 구경하다가 문득 몬스테라가 생각났다.

'아. 여기서 사가면 되겠다.'

 둘러보던 중 몬스테라를 발견했다.

"몬스테라 사려고요. 가격이 얼마인가요?"

"9,500원이에요"

"하나 주세요"

"저기서 원하는 거 고르세요"

한쪽에 여러 개가 있었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이파리 모양을 골랐다.

"이거 주세요"

사장님은 검은 봉지에 몬스테라를 담아줬다.

"물은 어떻게 주면 되나요?"

"5일에 한번 충분히 주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비닐봉지에 담긴 몬스테라를 줄기가 꺾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들고 집으로 가져왔다. 아직은 크기가 작았다. 물을 충분히 준 후, 현관을 열면 바로 눈에 띄는 곳에 두었다.


글을 쓰다 보니 이제 생각났다. 인테리어법칙에서 현관에서 문을 열 때 왼쪽 윗면, 아랫면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고 이후 오른쪽 대각선 방향으로 위에서 아래로 시선이 간다고 한다. 그래서 문을 열고 바로 눈에 띄는 부분이 그 집의 분위기를 결정한다는 내용을 접하고 몬스테라를 그 자리에 두려고 했던 게다.


 시간이 지나 새로운 이파리도 하나 생기고 크기도 커졌다. 처음 왔을 때 몬스테라가 담겼화분이 작게 느껴졌다. 이제 분갈이를 할 때다. 창고를 뒤져 이전에 사용했던 커다란 화분을 찾아냈다. 모종삽도.

아기를 낳기 전에 화분을 키웠던지라 찾아보면 원예 재료들이  있다. 화분을 깨끗이 씻은 후 기존 안 쓰는 화분에 남아 있던 흙을 커다란 화분 아래쪽에 깔았다. 그리고 몬스테라를 기존 화분에서 꺼내 옮겼다.  남은 흙을 빈자리에 채웠다. 그러고 보니 흙이 많이 부족하다.

'흙을 더 사 와야겠다.'

며칠 전 마트에서 흙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늦은 밤이라 오늘은 화분을 완성하지 못했다. 다음날 남편에게 흙을 사 오라고 부탁했다. 퇴근 후 집에 온 남편은 한 손에 흙을 들고 있었다. 포장지를 뜯어 화분 빈자리에 채웠다. 이후 화장실로 화분을 옮겨 물을 충분히 주었다. 몬스테라도 커지고 화분도 커지고 흙도 더 들어가서인지 꽤 묵직했다. 낑낑대며 물이 다 빠진 화분을 다시 거실로 옮겼다.


드디어 내가 원하던 그림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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