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길을 걷다 보면 오갈 데를 잃고 꿈틀대는 지렁이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름날 비 온 후 더욱 자주 보이는 말라죽은 지렁이 시체들을.
어떤 지렁이들은 다행히 숲길로 향하고 있었다. 그럼 안도하며
'저 지렁인 살겠구나'
반대로 시멘트길로 향하는 지렁이들은
'이궁. 저 길로 가면 죽음뿐인데......'
그렇게 수많은 지렁이들을 지나쳤다. 그러던 중 문뜩
'지렁이를 인근 풀숲으로 옮겨준다면 살겠지?'
어느 날 길가에서 짧고 가느다란 새끼 지렁이가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냥 두면 몇 시간 후 죽을게 뻔했다. 다행히 저 정도 크기면 이파리에 올려 풀숲으로 옮길 수 있었다. 난 인근 바닥에 놓인 나뭇잎 하나를 주어들고 꿈틀대는 지렁이 밑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채로 인근 풀밭으로 던졌다.
며칠 후 길가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길고 두꺼운 지렁이를 만났다. 길이가 족히 20cm는 됐다. 불행히도 그 지렁이는 풀숲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저쪽으로 가면 죽을 텐데...... '
지렁이를 옮겨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에 지렁이는 너무 크고 길었다. 손으로 잡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이렇게 큰 지렁이를 풀숲으로 옮길 방법이 없을까?'
난 답을 찾지 못했다.
다시 가던 길로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