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세명의 자매가 있다. 언니 둘, 여동생 하나. 우리 네 자매가 다들 가는 헤어숍이 있는데 바로 이수역에 있는 서로헤어다. 큰언니가 옛날에 미용실이 있는 동네에 살면서 다니다가 자매들에게 추천해 주어 하나둘씩 다니게 됐다. 고집이 센 나는 언니가 미용실을 추천해 줘도 귓등으로도 안 듣고 몇 년을 버텼다. 언니는 가끔 나를 만나면
"너 머리가 그게 뭐니? 내가 추천해 준 미용실 좀 가라"며 나를 타박했다. 그러다 보니 둘째 언니, 여동생까지 가세하여
"거기 진짜 잘해. 한번 가봐"라며 나를 설득했다.
난 패션테러리스트에 패션 까막눈이다. 그러니 헤어스타일이 어떻건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도 가끔 세련되고 싶을 때가 오긴 한다. 아주 가끔.
'나도 한번 멋 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 아주 드물지만 말이다.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은 안 나지만 난 어떠한 결심에 드디어 그곳을 방문했다. 미용실은 생각보다 작았고 헤어디자이너, 직원 두 분이 있었다. 나는 나름 하고 싶은 헤어스타일 연예인 사진을 준비해 갔다.
"이런 머리 하고 싶어요"
디자이너 선생님은 사진을 보고 내 얼굴을 보더니
"얼굴이 좀 각이 있어서 이 길이로 하면 더 부각돼 보여요.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내 얼굴형에 맞는 헤어스타일을 추천해 주셨다.
"네. 그렇게 해 주세요"
어차피 보는 눈이 없으니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세상 편하다.
그렇게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나니 오랜만에 만난 큰 언니가
"거봐. 얼마나 잘 어울리냐? 진작 가지" 그런다.
이후 교회 팀에서 어떤 언니가
"머리 어디서 했어요?"라고 물었다.
"저 이거 이수역에 있는 미용실이요. 저희 언니가 추천해서 간 곳인데 디자이너분이 실력 있어요"라고 했다.
그 언니는 이후 그곳에서 머리를 했다.
미용실에 자주 가는 편이 아니라 결혼식 전에 머리를 하고, 아기 낳기 전 머리 하러 간 후 몇 년 있다 갔더니
미용실에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원장님 미용장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몇 년 동안 준비해서 기능장에 합격하신 것이다.
자주 가지는 않지만 몇 년에 한 번 갈 때마다 언니나 동생의 안부를 물으신다.
그리고 소소한 이런저런 이야기도.
조만간 머리 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