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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Jul 08. 2024

다시 살아난 무화과나무

친정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어느 화분 가게에서 무화과나무를 만났다. 나무에는 진한 초록의 무화과가 여러 개 매달려 있었다. 크기도 꽤 큼직하고.

'음. 다 익으면 하은이가 따게 하면 되겠다.'

열매 따는 걸 좋아하는 4살 딸아이가 신나게 무화과를 잡아당기는 상상에 주저 없이 나무를 구입했다. 

친정 남동생 집에는 마당이 있어 적당한 자리를 찾았다. 무화과나무 크기가 작지 않아 넉넉히 30cm 정도는 땅을 파야 했다. 호미를 찾아 열심히 땅을 파고 있는데 어디선가 남동생이 나타나 말했다.

"그걸로 언제 파냐? 이걸로 파"라며 던져준 삽괭이.

머리는 작은 삽모양이고 막대는 1m 조금 넘는 듯하다.

삽괭이를 들고 땅을 파자 땅이 한 번에 푹푹 파지며 금세 웅덩이가 생겼다. 그곳에 화분에서 꺼낸 무화과나무를 집어넣고 흙을 덮어주었다. 물도 부어준 후 서울집으로 돌아왔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문뜩 무화과가 잘 크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친정에 살고 있는 여동생에게 카톡을 보냈다.

"무화과는 좀 익었나"

기대에 부풀어 기다리고 있는데 답이 왔다.

"죽었음"

'죽었다고? 말도 안 돼!!!!!!'

이어 여동생은 사진을 보내왔다.

무화과나무 이파리가 다 말라서 축 늘어지고 갈색이 되어 있었다.

"매일 물을 줘야 하는데 줄 사람이 없어서 이렇게 됐나 봐"

여동생이 말했다.

나도 친정에 심어놓고 돌보지 않았으니 할 말이 없었다.

"그렇구나. 어쩔 수 없지"


그러고 한참 후 여동생에게 카톡이 왔다.

"장마철에 살아남"

동생은 친절하게 사진도 첨부해 줬다.

갑자기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살아났구나'

습한 장마철이 오히려 반가워졌다.


조만간 친정에 가서 무화과나무를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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