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정 Dec 16. 2024

여유롭지 않은 여유시간

갑자기, 뜬금없이

여유시간이 생겼다.

보통 때면 일할 시간인데 불시에 직장 밖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즐거운 내동댕이라고나 할까?


갑작스레 생긴 시간에 뇌는 즐거움을 느낌과 동시에

'그래서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과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찾으면 여유시간이 사라지잖아'라는 극이기주의적 생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만의 시간은 좀 갖고 싶어'라는 생각이 복잡하게 춤추고 있었다. 직장에서  집으로 오는 전철 안에서 고민 또 고민. 하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점.


나는 아직까지 오늘의 커피를 마시지 못했다.(1일 1 커피는 필수인지라)

'어느 카페로 갈까?'

'시간을 아끼기 위해 지하철 역사 내 커피숍?'

'그건 아냐. 창밖을 보며 커피를 마시고 싶어'


지하철에서 내려 출구로 나오면서 끊임없이 어느 커피숍을 가야 하나? 고민이다.

널린 게 카페인데 막상 마음에 드는 커피숍은 찾기가 힘들다. 풍요 속 빈곤이랄까.


겨우겨우 찾은 카페.

넓은 창이 있으며,

프랑스 스타셰프 레시피로 만든 빵이 있고,

어느 정도 고급진 커피를 파는 곳이다.

창가 풍경도 나쁘지 않으며,

테이블도 나름 고급지니

오늘 갑작스럽게 생긴 황금 같은 시간을 보내기 나름 괜찮은 곳이다.

라고 생각하며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잔 시켰다.

빵은 사 먹지 않으리.


이 와중에 5천 원에 가까운 커피값이 조금 부담스럽지만

'이 정도는 나에게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셀프 위로와

큰집으로 이사 가고 싶어 하는 4살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아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여러 생각들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커피맛을 느끼기보다는 이제는 머리가 아프다.


문득 창밖을 보니 솜털 같은 눈이 흩날리고 있다.

'넓은 창이 있는 이곳으로 오기 잘했군'

갑작스레 내리는 동화 같은 눈 덕분에 오늘의 카페 선택은 괜찮은 선택이 되었다.


그 시간도 잠시.

아이 하원 시간이 다가온다. 연장반을 보내는지라 원래 찾는 시간에 찾아도 되지만 한편 '이런 날이라도 빨리 찾아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목 빠지게 나를 기다리는 아이 얼굴이 떠오른다.


'30분만 더 있다가 가자. 그래도 보통 때보다는 일찍 찾는 거잖아'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여유롭지 않은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