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젠젠 Oct 22. 2020

육아터널의 끝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자정이 넘은 시각, 연말 송년모임을 마치고 귀가 중이던 두 사람은,

집 앞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앉아있다.


“제니퍼, 새해 목표 세웠어? 내년 New Year’s Resolution 이 뭐야?”

“언니, 저는 목표를 갖지 않는 것이 목표예요. 욕심을 내려놓으려구요.”

청승맞게 왜 그러냐며 타박을 할 것만 같았는데 대뜸 이렇게 말한다.

“그래, 잘 생각했어. 욕심을 버려. 지금은 그냥 잘 버티는 것이 중요해.”



어느 순간부터 출산과 육아를 경험한 사람하고 대화하는 것이 편해졌는데, 그도 그럴 것이 비슷한 과정을 겪은 사람들끼리 느끼는 동지애, 공감대, 위로와 격려가 말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전달되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육아와 관련해서 여러가지 어려운 일들을 겪은 사람이다? 이 동지애의 끈끈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것이 된다.



이 대화가 불과 몇 년 전이다.


아이의 성장과 발달은 더딘 듯 하면서도 빠르다.

도무지 나아질 것 같지 않던 여러가지 불안증세와 발달지연들도 갑자기 어느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나아지는 것을 경험 중이고, 아이들의 ‘회복탄력성’에 대해 강력한 믿음이 생기기 시작한다.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즐기는 여섯살 짜리 딸아이는 스크린타임을 제한하는 것 때문인지, 내가 오후에 나갈 시간만을 기다리며 “엄마, 오늘은 몇시에 나가?” 를 연발하는 귀여운 꼬꼬마 어린이가 되었다. 스크린에 대한 자유로움을 즐기기 위해 내가 나갔으면 좋겠는 눈치다.

부모와 세상에 대한 신뢰가 조금더 나아졌다는 이야기일까?

어쨌든 마음이 좋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자라던 아이들이 초등학교 4학년 만 되어도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워 지고 엄마가 자신의 삶을 찾기를 바란다고 하던데 (세바시, 김현수 정신건강학 의사 편 참조),

아니 그러고 보니, 벌써 얼마 남지 않았다?!  (속으로 쾌재를 외친다.)



길고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속단해도 될까?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왠지 이번 연말에는 내년도 목표가 있어도 될 것만 같다.


작가의 이전글 아이의 불안증세 - 주시불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