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중년이 되었네 어쩌네 하며
우울감도 느끼고 불안감도 느끼며
데미안을 다시 읽고, 니체 서적을 뒤적거리며
방황하던 (혹은 성장하던) 나의 마음에
명쾌한 해답같은 책이었다.
자기계발서는 사회초년생에게 포커스가 맞춰있다는 생각에
더이상 너무나도 식상하게 느껴져서
안읽은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이 책은 어쩜 그리도 딱 내 나잇대에 헤매는 사람에게
지침서 같은 조언을 하나하나 제공하는지
식상할 틈도, 지루할 틈도 없었다.
그 흥미로움의 중심에는
백세시대 “중년" 나잇대를 살아가는, 하지만 너무나 중년이 아닌,
우리네 40들에 대한 새로운 인생정의, 새로운 나잇대 정의가 있었다.
평균수명이 짧았던 과거에는 40대면 이제
집, 커리어, 가정, 경제 등 여러 면으로 이루어진 상태에서
노년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시기였다면
현재의 40대는 과거의 20-30대 나이로 재정립하고
100세까지 살 인생에 아직 오전시간대임을 인지하고
많은 것을 성취하지 못한 것에 대해 초조해 하지도, 낙담하지도 말고
자신에게 집중하며 제2의 삶을 시작하라는 용기를 북돋워준다.
그를 위해,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자신과 대화하는 루틴을 지키라는 당부는,
데미안에서 줄곧 강조된 “인생은 본연의 자신을 찾고 그에 도달해 가는 과정"
이라는 맥락과 그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반갑고도 안도했다.
덧붙여 이 책은 인생을 재정비하고 일어나
자신에게 포커스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다이어리 쓰기를 강조한다.
김미경이라는 강사에 큰 관심이 없었다.
아마도 그냥 억척스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부담스러워 그랬나 싶다.
이 책이 만약 대필이 아니라 김미경 강사가 직접 쓴 것이 맞다면,
그녀의 인간에 대한 깊은 공감능력과 통찰, 그리고
스토리텔러로서의 필력은 정말 놀랍다.
특히 이 책의 도입부는 예술이다.
직접적으로 여성독자”만”을 타겟하여 쓴 글을 아니지만,
김미경 강사 그 자신이 여성이므로, 40대를 살아가는 여성이 읽으면
내 현재의 고민을 꿰뚫어보는 듯한 그녀의 도입부에
완전 핵공감하며 취향저격 당할 것이다.
전혀 기대치 않았던 책에서 명쾌함을 발견한
2023년 연말휴가의 뜻밖의 수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