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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Apr 01. 2024

책장을 정리하며


두 아들이 보던 책들을 이사를 다닐 때마다 아이가 있는 집에 나누어 주곤 하였는데 지금 살던 곳으로 이사를 오기 전에  또 한 번 정리를 하였지만 거실 한벽을 채우고도 자리를 차지한 많은 책들을 보며 나는 벼르고 벼르던 책장을 마침내 정리하기로 결심을 하였다.


여행을 다녀온 일월달에 막내가 책상을 치우는 것을 보고 나서 주말을 맞아 남편과 아들이 거들어 책을 정리하였는데 한 권씩 책을 뽑을 때마다 그것을 사던 시기며 그 책을 어떤 마음으로 샀는지 헤아려지니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내 듯 나는 마음이 쓰라였다.


불면과 고독을 함께 하며 오랜 세월 내 삶의 동반자와도 같은 존재들이지만 비워야 비로소 채울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나는 새로움을 익히고자 책장을 비우기로 작정을 한 것이었다.


책들을 치우다 보니 사놓고도 읽지 않은 책들이 간혹 눈에 띄었는데 젊은 날의 열정이 사라진 데다 밝은 눈이 노안이 와서 흐릿하게 보이는 글자를 애통해하며 뛰는 가슴 잠재우듯 나는 천천히 쓰다듬어보았다.


이번에 정리한 은 기백권이 넘었는데 누가 가져간다면 나누어주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지만 활자보다 영상을 좋아하는 시대에  나는 아쉬운 마음을 접고 남편에게 분리수거를 부탁하였다.


누가 가져가서 다른 이의 품에 안기든 아니면 불에 타서 환생을 하든 다음생에는 다시금 선한 영향력으로 돌아오길 기도를 드리며  그렇게 나는 내 품에서 책들을 떠나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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