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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Apr 03. 2024

생존자


병원 로비의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내게

무슨 설문조사를 한다며 다가온 그녀는

" 혹시  생존자세요?"라며 물었다.


낯선 단어. 낯선 어감.


이 년째 되는 정기검진을 받으러 온 나는  그녀가 던진 그 질문이 참으로 낯설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암환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살아온 세월이 십 년여 흘러가고 있다.


지금도 암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나는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끼는데 마흔도 안된 젊은 나이에 큰 질병에 걸리고 수술과 화학적 약물로 인하여 약화된 체력과 그리고  몇 년 동안 이어진 호르몬 억제제.


그러고도 일명 배꼽주사라고 하여 생리를 멈추게  하는 주사를 4주마다 맞으러 다녔는데 호르몬이 점차 감소하면서 근육통과 불면증을 오랫동안 앓았다.


신경 안정제로 불면증을 조절하다 나중에는 주치의에게 수면제를 처방받아 서너 시간을 자기도 하였다.


이 년 동안 매주 주사를  맞으러 가야 하는 병원은 차로 한 시간 반가까이 걸렸는데  밤에 잠을 깊게 자지 못하고 운전을 한 것을 생각하면 아마도 암과 동행하면서 나는 죽기 살기로 그것과 투쟁을 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잠을 자지 못할수록 안정제를 복용하는 횟수가 늘었는데 피부는 건조해지고 나중에는 먹은 음식을 모두 토하기를 여러 번, 칠 년을 넘기던 해부터 조금 더 깊게 잠들 수 있었고 컨디션도 차츰 괜찮아졌다.


음식조절과 꾸준한 운동으로 몸은 많이 회복되었지만 어깨는 여전히 아프다.


그동안 같은 지역에 사는 언니 을 떠나보내고

그 모임에는 다시 나가지 않는다.


같은 지역에 살며 같은 병실에서 만난 서울에서 내려온  언니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것이 트라우마로 남아 모임에 나가는 것을 남편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러 음식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인지 지금 나는 건재하다.


그리고  매일 먹은 음식을 복기하며 나쁜 음식을 멀리하려고 한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되니 명상을 많이 한다.


먹고 싶다기보다 평범해지고 싶어서

평소에 먹지 않는 음식을 찾아서 먹기도 하고 예전에는 안 하던 행동도 가끔씩 한다.


암 생존자로서 나는 지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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