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대체 왜...?"
살다 보니 몇 가지 사라지지 않는 의문이 생긴다. 어쩌다 하는 회식 때 하필 내 옆자리에는 왜 꼭 불편한 사람이 앉게 되는지, 기다리던 전화는 꼭 제시간에 오지 않고 보이스피싱 같은 전화가 울리는지, 학창 시절 내가 좋아하던 아이는 꼭 내 친구 놈을 바라보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들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직장에서 나와 이해관계가 없는 타 부서 사람들은 오히려 가벼운 농담이나 주고받으며 친하게 지낼 수 있지만 같은 일을 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아껴주기는 커녕 헐뜯고 뒷 이야기를 대부분 안고 산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구심은 불만으로 바뀌고 이내 결국 화살이 나를 향한다.
직장생활로 넓어지는 관계 속에서 꼭 필요한 사람들하고만 대화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시답잖은 일상을 공유해야 가까워진다는 논리는 소꿉장난 하던 때나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내가 바라는 그 어떤 것들도 온전히 내 편이 되어주지 못한다고 느길 때, 상처 주는 말이 반복될 때 그렇다.
친해지려면 멀찍이 떨어져 다른 공간에서 사는 사람에게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같이 일을 해도 어떠한 사적인 마음을 담지 않고 임해야 한다는 깨달음에 속상해했다. 이러한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한 선배는 나를 보며 한 마디 하신다. "기대하지 마 그냥. 그럼 실망하지 않을 거 아냐." 그렇지. 지당한 말씀이다. 기대 안 하고 나도 무시하면 그만이다. 안 그래도 점점 그렇게 되어가고 있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부딪히는 순간에 "네" 몇 번하고 돌아서면 마음 편할 일이다.
어김없이 퇴근을 한다. 터벅터벅, 집에 도착해서도 뭉친 응어리는 한 구석을 차지한다.
선배의 한 마디가 머릿속에 맴돈다. 그럼에도 나는 이상하게 자꾸 조금의 기대를 하게 된다.
"그래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한 적 있지 않을까? " 머리로는, 논리는 다 이해 가는데 마음이 안 따라 주고 답답해하다 동네 친구 놈한테 카톡이 온다. "치킨이 먹고 싶어. 치맥 어때?"...
"응, 좋지." 주섬주섬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간다. 빙글빙글 정답 없는 대화는 오늘도 허공을 떠돈다.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 나는 또 그러려니 한다. 명쾌한 답이 없는 인간관계의 수수께끼는 내일도 계속되겠지 하면서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