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잠이 아닌 몽롱한 제정신에서
처음이다. 회사에서 공짜로 건강검진을 해준단다.
아, 입사하니 누리는 호사구나 생각하며 가볍게 들어갔다.
건강검진의 속마음
내시경, 태어나 두 번 해봤다
둘 다 수면으로
겁이 많아서.
참 신기하리 만치 잠들기 직전에
난 약이 투여되면서 엄마 얼굴을 생각했다.
내 안정을 찾기 위해서인지..
혹은 수면마취를 많이 받았던 엄마는
직전에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떠올려서 인 건지
마취를 받고 스르륵 잠이 들고
깨어나니 이미 검사는 언제 했냐는 듯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어 있었다.
전에 처음 할 때는 친형이 옆에 같이
가주었는데
마취 중 중얼중얼하면서 했던 말이
“ 형 배고파.. 배고파. 엄마, 밥..•이었단다.
뭐 열두어 시간 금식했으니 밥 찾는 거야
대단한 말이라고. 듣고 흘렸다
오늘 두 번째 마취를 하고서
잠이 깨고 나니 간호사가 왼쪽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미안해요 미안해요..” 연신
사과 인사를 하더랬다
난 뭐가 미안했을까
마취주사를 놔준 간호사에게..?
난 아마 엄마한테 미안했겠지..
마취 놓기 전 떠올렸던 마지막 사람.
엄마는 몸이 좋지 않았다.
꽤 오래전부터.
병원에 들어오면서 이 지독한 병원 냄새에
고개를 저으며 생각난 사람.
CT 찍으면서도 난 생각했다.
우리 엄마는 수 없이 많이 와봤을 검사실에
누워 무슨 생각을 했을까
.
.
엄마가 보고 싶다.
들을 수 없는 그녀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난 울고 싶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