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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아나 Jul 29. 2019

수면 내시경의 고백

깊은 잠이 아닌 몽롱한 제정신에서

처음이다. 회사에서 공짜로 건강검진을 해준단다.

아, 입사하니 누리는 호사구나 생각하며 가볍게 들어갔다.

기다리는 시간이 검사 시간보다 4배가 넘는 아이러니

건강검진의 속마음

내시경, 태어나 두 번 해봤다
둘 다 수면으로

겁이 많아서.
참 신기하리 만치 잠들기 직전에
난 약이 투여되면서 엄마 얼굴을 생각했다.

내 안정을 찾기 위해서인지..
혹은 수면마취를 많이 받았던 엄마는
직전에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떠올려서 인 건지



마취를 받고 스르륵 잠이 들고
깨어나니 이미 검사는 언제 했냐는 듯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어 있었다.

전에 처음 할 때는 친형이 옆에 같이
가주었는데

마취 중 중얼중얼하면서 했던 말이
“ 형 배고파.. 배고파. 엄마, 밥..•이었단다.

뭐 열두어 시간 금식했으니 밥 찾는 거야
대단한 말이라고. 듣고 흘렸다

오늘 두 번째 마취를 하고서
잠이 깨고 나니 간호사가 왼쪽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미안해요 미안해요..” 연신
사과 인사를 하더랬다

난 뭐가 미안했을까
마취주사를 놔준 간호사에게..?

난 아마 엄마한테 미안했겠지..



마취 놓기 전 떠올렸던 마지막 사람.

엄마는 몸이 좋지 않았다.

꽤 오래전부터.


병원에 들어오면서 이 지독한 병원 냄새에
고개를 저으며 생각난 사람.


CT 찍으면서도 난 생각했다.

우리 엄마는 수 없이 많이 와봤을 검사실에

누워 무슨 생각을 했을까
.
.
엄마가 보고 싶다.

들을 수 없는 그녀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난 울고 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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