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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룸은귀여워 Jun 08. 2020

[The Struts]
프레디 머큐리의 귀환이라고?

'글램록 히어로'의 끊겼던 역사를 다시 이어갈 밴드, 스트럿츠!

빌보드차트, UK차트 심지어 한국차트를 근래 본 적 있는가. 탑5나 지난 10년간 가장 인기있었던 곡들을 장르별로 추리면 EDM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2000년대 말부터 빠른 진행을 원하는 타겟 소비자 1020 취향을 반영해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보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들 요새 음악(대중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구나 쉬이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 뿐 아니라 모두가 대중음악을 듣던 십대때 과연 무슨 음악을 들었던가. 내가 한창 CD를 사모으기 시작하던 2000년대 중반에는 '인큐버스(Incubus)', '라이프하우스(Lifehouse)', '스트록스(The Strokes)'등 팝 음악에도 락이 묻어나오던 때였다. 당시 멜로딕한 음악을 주로 듣던 나에게 락은 다소 낯설었지만, 지금은 락음악을 들을 때면 반항심 가득하던 그때가 떠오르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밴드는 장르면에서 당신의 향수를 충분히 불러일으킬 것이다.
 
[MV] The Struts - Could Have Been Me

출처:  The Struts  공식 유튜브 채널

데뷔초 글램록 뉴히어로라고 불렸던 밴드 '스트럿츠(The Struts)'. 뮤직비디오만 봐도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지 않는가? 멤버 4명, 진한 화장, 장발의 멤버들. 나는 노래를 듣기 전부터 '퀸(Queen)'이 생각났다. 아니나 다를까,  특히 보컬 '루크 스필러(Luke Spiller)'와 기타리스트 '아담 슬렉(Adam Slack)'은 어릴적부터 퀸을 무척 좋아했고, 특히 루크는 어린시절 종종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를 따라했다고 한다. SNS를 보면 프레디 머큐리의 부활이라는 댓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했을 때 본인이 배우로 출연하고 싶진 않았냐는 농담도 들었다. 심지어 프레디 머큐리의 의상 디자이너로 유명한 '잔드라 로즈(Zandra Rhodes)'가 기쁜 마음으로 그의 투어 의상을 제작해줬으니 자타공인 퀸을 떠올리게 하는 밴드임은 확실하다.


*글램록(Glam Rock): 록의 하위 장르로 음악적으로는 로큰롤과 하드락의 중간 지점에 있다. 화려한 비주얼이 특징(진한 화장, 의상 등)이며 가장 대표적인 아티스트로는 데이빗 보위(David Bowie)가 있다.


그렇다면 요새 보기 힘든 글램록 밴드 스트럿츠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2009년 루크와 아담은 각자 다른 밴드의 멤버였으나 각 그룹이 해체하는 시기에 만나게 됐다. 둘은 다른 친구 2명을 영입해 새로운 밴드를 만들었고, 2012년 두 친구들이 현재 베이시스트 '제드 일리엇(Jed Elliot)', 드러머 '게딘 데이비스(Gethin Davies)'로 교체되어 지금까지 4명이서 함께하고 있다.

The Struts (왼쪽부터 Adam Slack, Luke Spiller, Gethin Davies, Jed Elliott) / 출처: The Struts 공식 페이스북


2012년 현재의 스트럿츠가 된 그들은 그리 길지 않은 무명시기를 보냈다. 도리어 어느 밴드의 이력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커리어를 갖고 있다. 이들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13년 발표한 “Could Have Been Me”가 스포티파이 바이럴 차트 1위에 오르며 시작됐다. 이후 다른 빅네임 밴드의 콘서트에 오프닝 아티스트로 공연하며 유명세에 박차를 가했다. 2014년 '롤링스톤즈(The Rolling Stones)', 2016년 '건즈앤로지스(Guns N' Roses)', 이후 2017년에는 '푸파이터스(Foo Fighters)'의 무대에 오르는 영광을 얻었고, 푸파이터스의 프론트맨 '데이브 그롤(Dave Grohl)'은 지금까지 함께한 오프닝 아티스트 중 단연 최고였다고 극찬했다.

이렇듯 빅네임이 먼저 찾는 스트러츠. 그들의 매력은 대체 무엇일까. 


[Live] The Struts - Primadonna Like Me

출처:  The Struts  공식 유튜브 채널

락밴드는 주로 프론트맨인 보컬의 퍼포먼스 실력으로 인기 척도가 갈리곤 한다. 매 곡 하이라이트마다 들을 수 있는 루크의 팔세토 창법은 듣는 이의 귀를 시원하게 뚫어주고, 공연장에서는 단순히 안정적인 라이브에 그치지않고 멤버 모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관객들에게 100%의 기량을 선보인다. 타공연과 비교했을 때도 훨씬 즐거워하는 관객들을 볼 수 있으며, 라이브가 끝나면 네 멤버 모두 땀에 절여져 몸에서 물이 뚝뚝떨어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저희는 매 공연마다 저희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요. 팬들에게 당연히 선사해야하는 거죠. 언제나 저희 목표는 모든 사람들이 춤을 추고, 함성을 지르고, 티셔츠가 땀에 절여져도 얼굴에는 큰 미소를 띄울 수 있도록 즐겁게 해드리는 거에요."

"We believe in giving our absolute all every night, because that’s what our fans deserve. The goal is always to get everyone dancing and screaming and shouting, and to make sure they leave dripping in sweat with huge smiles on their faces."


특히 보컬 루크는 우리나라 아이돌마저 떠올리게 한다. 우리나라 아이돌은 표정관리, 이른바 조련(?)하는 법도 배운다고 하는 데, 루크는 어떻게 매력적으로 보일지 어떻게 팔다리, 표정을 쓰는 지 본능적으로 아는 듯 하다. 그의 이런 퍼포밍 습관덕에 밴드명이 만들어졌는 데, 리허설 중 스탭 한 명이 루크에게 “너 되게 Strut(뽐내며 건다) 많이 하더라”라는 말을 듣고 밴드 이름을 결정했다. 덕분에 2019년 두번째 앨범[Young&Dangerous] 발매 이후 출연한 Victoria Secret 쇼에서도 섹시한 모델들 사이에서 뒤지지 않는 카리스마를 뽐냈다.


[Live] The Struts - Body talks ft. Kesha

출처: The Struts 공식 유튜브 채널

어딘지 익숙한 목소리이지 않은가? 바로 2010년대 초반 "Tik Tok"이란 노래로 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케샤(Kesha)'다. 독특한 보컬과 열정적인 퍼포먼스가 큰 매력이었던 케샤는 스트럿츠와의 라이브에서도 여전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밴드 멤버들도 케샤 피쳐링 버전이 스트럿츠 버전보다 더 좋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케샤의 내지르는 보컬이 들어가자 노래가 진정으로 살아났다. 노래자체가 남여간의 관계이다 보니 처음부터 이렇게 만들어야 됐던 것 같다." 이들의 코멘트처럼 단순히 둘의 목소리 조합 뿐만 아니라 (본디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두 아티스트로서) 퍼포먼스에서도 스파크가 튀기고 있다. 

 

The Struts (왼쪽부터 Gethin Davies, Adam Slack, Luke Spiller, Jed Elliott) / 출처: The Struts 공식 페이스북



저희가 정말 원하는 게 하나 있다면 젊은층들이 저희 음악으로 영감을 얻어 다시 기타를 시작하는 거에요. 요즘 시대에는 힙합과 댄스음악이 주를 이루고 있어요, 이것 역시 좋은 현상이죠. 하지만 저희는 이 장르뿐만 아니라 다른 음악이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어요. '뭔가 나한테 맞지않는 것 같다?' 그럴 땐 일렉기타도 있으니 한 번 들어보세요.

위 문구는 스트럿츠 공식 웹사이트, 페이스북 소개에도 있는 인터뷰로 이 네명의 음악에 대한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처음 스트럿츠를 봤을 땐 '요새 락을 잘 하는 아티스트가 어디 있나,' '너무 퀸을 따라한 것 아닌가'라며 혼자 오만한 평가를 내렸다. 그러다 멤버들의 인터뷰를 보며 음악에 대한 철학, 팬에 대한 자세, 선배 아티스트로부터 배운 교훈 등 시종일관 진지한 밴드라는 게 느껴졌다. 나야말로 '새 밴드는 흉내쟁이, 락은 내가 들어오던 것이 최고'라는 어리석은 생각에 뉴페이스에 괜한 반감을 가졌던 것이다. 어느 음악이건 아티스트를 비롯, 제작자, 스탭 모두의 피땀어린 노력과 철학이 들어있는 엄연한 작품인데.


그런 의미에서 스트럿츠는 내게 귀를 즐겁게 해 줄 뿐 아니라, 음악산업에 대해 반성과 감사함을 느끼게 해줬다.


꾸준히 영향력을 늘려가며 글램록의 역사를 이어갈 The Struts.

그들의 음악과 겸손함을 배워 나 역시 스트럿츠와 함께 Strut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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