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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듭스 May 28. 2023

한마디의 말

met  U대표님


“조만간 갤러리를 더 좋은 공간으로 이사할 계획입니다. 그때 작가님과도 함께하고 싶어요.”


작년 봄, U갤러리 U대표님께서 나와 처음으로 만났을 때 하신 말씀이다. 오랫동안 내 작품을 지켜보셨고, 아트페어를 통해 작품도 구입하셨다. 하지만 서로 만난 적이 없었기에 내가 갤러리로 찾아뵈었다. 드디어 작년 봄, U대표님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그때 하신 말씀 중, 전시 관련 대화는 갤러리스트와 작가의 통상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였다. 대부분의 갤러리스트와 작가들이 전시에 관해 신중하게 언급하지만, 여러 조건이 맞아야 전시가 이뤄지기 때문에 전시를 하자고 해서 모두 성사되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안다. 그래서 솔직히, 내 작품을 좋게 봐 주셔서 감사했고 기분 좋게 대화를 나눈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 후, 1년 동안 카톡, 인스타로 가끔 안부를 전하는 정도로 지냈으며, 솔직히 그날의 대화는 그냥 까먹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U대표님께서 연락을 주셔서 새롭게 이전한 갤러리 ( 갤러리를 운영하신 지 10년 만에, 새로운 건물을 매입하여 얼마 전 리모델링을 마치셨다.)에서 개인전을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신다. 엇!! 맞다!… 작년 봄에 하셨던 말씀이 퍼뜩 떠 올랐다.


U대표님은 약속 ( 새끼손가락을 걸거나 사인을 하진 않았지만…)을 ‘진짜’ 지키셨다. 그럼, 나는? U대표님의 제안에 아직 확답을 드리진 못했다. 여러 갤러리들과의 전시 일정, 작업의 진행 상황 등… 조율해야 할 것들이 좀 있어서다. U대표님께서 근시일 내, 내 작업실에 방문하셔서 좀 더 의논을 한 후에 최종 결정을 하기로 했다. 나도 새로운 공간에 가 봐야 하고, U대표님께서도 나의 작업실에 오셔서 좀 더 작품들을 살펴보셔야 한다. 그런 후, 서로의 의견을 조합하여 전시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다. 작업실의 내 작품이 맘에 들지 않으시거나, 공간이 내 작품을 전시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면… 이번 제안은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아직은 어떠한 결정도 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갤러리 창업 10년 만에 단독 사옥 이전 재개관이라는 목표를 이루신 것도 대단하시고, 오랜 기간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작가와 나누었던 ‘한마디 말씀’을 묵묵히 ‘실행’에 옮기시는 U대표님에게 잔잔한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U대표님과의 통화 이후, 나의 ‘말’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그동안 나는 그만큼의 노력을 하고  준비가 되어 있었나? 반문해 본다. 앞으로는 더욱더 ‘말’에 신중하고 언제던 ‘준비’되어 있는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새삼스럽게 다짐해 본다!



신중히 말할 것.

말한 것은 지킬 것.

늘 준비되어 있을 것.



그럼, 저는 이만 그림 그리러!!!

휘리릭… @ㅠ@


박형진 作, 검은새로부터 붓을 되찾은 소녀,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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