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선물

아일랜드에서 한국으로 마음 보내기

by 테일러


템플바 플리마켓


언젠가 템플바 거리를 지나다가

플리마켓 홍보를 알리는 포스터를 본 적이 있었다.


마켓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해서 관심이 있던 차에

플리마켓이 열리는 날이 되기를 벼르다가 다녀왔다.





템플바 플리마켓은 템플바의 거리 한쪽에

자신들이 만든 아트워크 혹은 팔고 싶은 것들을 판매하는 곳.


자신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부스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손재주가 있는 편인데, 구경하다 보니

'이런 것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 하는 것도 많았다.


아일랜드에서 단기간의 '생활'이 아니라

터전으로 잡고 '거주'하고 있었다면

내 집을 꾸미고 싶은 공예품들도 있었다.



플리마켓에 처음 갔을 때부터

한국에 있는 사람들 생각이 자꾸 났다.


손으로 만든 것들을 구경하다 보면

'이거 누구한테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우체국


한국의 우체국 컬러는 빨간색이지만,

그린그린한 아일랜드는 우체국도 녹색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기본으로 편지를 썼다.

일종의 의무감 아닌 의무감처럼.


그래서인지 한때는 길거리의 우체통만 보면

'아, 편지 보내야 되는데..'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아일랜드의 녹색 우체국을 보니,

한국에 있는 그리운 사람들이 생각났다.


요새는 카카오톡이나 SNS가 잘 되어 있어

어디서든 간편하게 전화나 영상통화를 할 수 있지만,

우편물을 보내는 건 메시지 보내는 것과 다르게

그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지는 법이니까.


편지보다는 선물과 함께 보내고 싶어서,

특별한 걸 찾으러 플리마켓을 다시 찾았다.






선물 찾기


플리마켓에는 역시나 예쁘고 개성 있는 것들이 많아서

'무엇이 좋을까?'하고 한참을 고민했다.


선물은 역시 내가 주고 싶은 것을 주는 것보다는

상대방에게 잘 어울리는 것을 주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


고르고 고르다 한 핸드메이드 악세서리 부스에 멈춰

마음에 드는 팔찌를 하나 구매했다.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켈틱 문양이 들어가 있으면서도

유니크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가격은 20유로.





진주 때문에 가격이 나름 비쌌다.

그래도 원하는 선물을 구매해서 만족했다.






씨리얼 박스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박스는 얇아서

질이 좋지 않은데 비싸기만 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미리 씨리얼 박스에 박스테이프를 돌돌 말아

꽁꽁 싸매 포장해서 가져왔다.





씨리얼 박스는

일반 우편 박스를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 생각해 낸 방안이었다.


씨리얼 박스에 선물을 보낸다는 것 자체는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상대방이

'무슨 씨리얼을 보냈어? 씨리얼은 여기도 있는데'라고 생각하며

박스를 열어보니 안에서 선물이 나오는 거지.

하나의 서프라이즈처럼!


포장까지 마쳤으니, 이제 보내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우체국 문을 나서기 전까지는 몰랐다.


이제부터 진짜 고민이 시작된다는 걸..



택배를 보내기 전,

우체국에서 저울에 무게를 재어 금액을 측정하면

우표처럼 생긴 것과 내용물을 적는 스티커를 줬다.


초록색 스티커에는 안에 든 내용물을 기재하면 됐다.

내 것은 600g 나와서 13유로가 들었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아일랜드의 우체국에서 보내는 스탠다드 또는

국제 특송 택배물은 따로 트래킹을 신청하지 않으면

추적이 불가했다.


상대방이 잘 받았는지, 제대로 도착했는지,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택배 사고도 자주 발생한다고 들어서

미연의 사고를 방지해 트래킹도 신청했다.


얼마가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택배를 보낼 일이 있어 우체국을 다시 찾았을 때엔

1.5kg에 스탠다드(배송비) 20유로와

트래킹 비용 29유로를 얘기했다.


트래킹 비용도 스탠다드 비용처럼

무게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한국 우체국에서는 추적 서비스는 기본인데,

여기는 추적 비용이 배송비보다 더 비싸네.

게다가 29유로라니.. 37,000원!'


택배도 돈이 무서워서

못 보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적


스탠다드 메일로 보내면 한국까지는

보통 7일~10일 정도면 걸린다고 했다.


추적을 신청했기에

'도대체 어디쯤 가고 있나, 잘 가고 있나.'

궁금해서 찾아봤다.


하지만 일주일째 6월 7일 이후로

새로 업데이트된 내역이 없었다.





11일까지 업데이트된 내역이 없어서

걱정되는 마음에 우체국으로 메일을 보냈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답장이 바로 왔다.

답변은 내가 확인한 상태와 같았다.


'우체국은 주말에도 근무하나 보다.'



며칠 후에 갑자기 메일이 왔다.


'네가 보낸 거, 9일에 서울에 도착했어.'



택배 발송이 완료된 후, 발송 완료 메일도 받았다.

받는 이에게 확인차 물어보니 잘 받았다고 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


우체국 택배는 정말 케이스 바이 케이스였다.

택배 발송을 준비하면서 한인 커뮤니티에 물어보니

여러 답변이 나왔다.



"두 달 전에 스탠다드로 보냈는데,

아직까지 도착 안 했어요.'


'우체국에서 물어보니 트래킹 신청을 안 한 것은

추적이 되지 않아 모른다는 답변을 들었어요."


"스탠다드로 해서 보냈는데 일주일 만에 잘 도착했어요.

스탠다드로 신청해도 인천공항 도착할 때까지는 트래킹 가능해요."



정말 모든 것이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아일랜드.

확실한 것은 트래킹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그래도 선물은 무사히 도착했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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