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뮨 May 28. 2021

나는 매일 모르는 사람과 통화한다

나는 매일 모르는 사람과 통화를 한다. 

디퍼런스연구소에서 디퍼런스상담 문의와 교육문의가 나의 담당 업무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한달어스에서도 매텀 새로운 멤버들을 만난다. 물론 한달어스 멤버들과는 통화를 하는 일은 드물고 카톡으로 대화한다는 다른 점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수단은 달라도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과 끊임없이 만나고 또 그들이 고객이 되어 계속해서 만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낯선 사람과 통화하는 게 얼마나 불편할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재미있기도 하고 잘 통하기도 해서 신기한 요즘이다. 모든 일을 할 때 그것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면 스트레스가 되고, 그 일을 통해 나의 지경이 넓어지고 통찰력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면 능률이 오를 것을 믿기에 나는 최대한 나의 일에 진심을 다하려고 하고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중이다. 평소 나의 목소리는 하이톤에 속도도 빠른 편이지만 전화업무를 할 때는 제2의 목소리로 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가끔 내가 전화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인 줄 알고 나에게 나를 바꿔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 낯선 사람과의 첫 통화를 할 때는 일단 그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상황을 탐색할 수 있는 적절하면서도 결정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컨셉을 잘못 잡으면 대화가 매끄럽지 못한 반면 뭔가 통하는 게 생기면 술술 풀리는 것을 느낌적으로 알 수 있다. 



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다른 곳에서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람이기도 하다. 

헬스장이나 편의점, 식당이나 카페를 이용할 때도 이용자로써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과연 나 라면?'이라는 대입을 많이 해보는 편이다. 역지사지를 적용함으로써 고객의 입장에서 어떤지를 끊임없이 생각하다 보면 내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는 명확하게 나온다. 어제도 낯선 분과 통화를 했지만 무려 37분을 아주 즐겁게 통화했다. 나도 만족하고 고객도 만족하는 통화였던 것이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통화를 통해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 공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공감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아낌없이 조언을 해주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해하시며 뭔가 마음적으로 힘을 내시는 것이 느껴지니 나 또한 보람되기도 하다. 



단순히 회사 제품을 팔거나 구매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적절한 동기부여를 계속해서 준다는 것이 나에게는 기쁨이다. 그런데 이제 고작 입사 5개월 차고 영업도 해보지 않은 내가 이런 것들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되어가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기존에 내가 하던 봉사활동 또한 이런 류였기에 전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버릴 경험은 하나도 없다

어떻게 보면 다른 일 같아 보이지만 잘 파고들어 보니 맥락은 비슷한 일들을 계속해서 여기저기서 해온 것이다. 그래서 버릴 경험은 하나도 없구나 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그때도 새로운 사람들을 모집하고, 훈련시키는 역할을 담당했었는데 지금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시절이었기에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게 있었다. 그 사람의 성향에 맞게 제시하지 않은 나의 탓은 하지 않은 채 따라오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던 나였다. 완전히 매끄럽게는 아니지만 어쨌든 10년 이상 그런 훈련을 해온 덕분에 한달어스에서 수많은 신규 멤버들을 케어하는 것도 벅차지 않으며, 지금 디퍼런스연구소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전화와 카톡 때로는 대면상담으로 대하는 것도 가능한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우리가 처한 상황과 환경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안에서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어쨌든 내가 감당해야 하는 것이라면 그것을 기꺼이 수용해보면 어떨까? 기존에는 스트레스받았던 일들이 어쩌면 나의 강점으로 훈련되고 있을 수도 있을지 누가 아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죄송합니다 그 한마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