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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연 May 02. 2021

(Portugal Porto)
동네. 가 좋아

포르투갈 일지

 





2019.12.23


떠나는 날까지 너덜너덜.이다.

이미 이른 오전 버스를 예약했지만 한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에 뜬 눈으로 밤을 넘기고 

더욱 새벽같이 움직여 마무리 이삿짐을 꾸린다.

마침 떠날 시간이 되기도 전에 또 야금야금 드르륵 거리는 분들.

안녕,


며칠 동안 비가 말 그대로 구멍 뚫린 듯 잔뜩 쏟아부었다.

오죽하면 다음 월세집의 집주인이 

리스본에서 오는 기차는 모두 운행정지라며 상황을 잘 알려달라. 고 한다.

아. 그렇구나. 오늘도 그럴 수 있겠구나.

그래도 여길 떠날 수 있다면 장대비를 온몸으로 맞고 돌길을 걷는 것는 것이 낫겠다. 싶었는데

쨍쨍하진 않아도 하늘이 파랗다.

역시나 담배 연기가 가득한 버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40분 지연.

어쨌든 떠나게 되는 포르투 안녕.

물론 다시 만나겠지만.


한국에서는 포르투 다음 도시를 라구스로 정하고 왔다.

그런데 끝 무렵 되고 바다와 휴양지를 본의 아니게 눈에 넘치게 담은 덕에 녹색 녹색의 산이 그리워

버스 대장정으로 바다 마을을 가고픈 갈망이 싸악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다음 도시는 무조건 산 동네로 하고 싶었다.

그러나 유럽의 가을 이후는 도시건, 어디건 미세, 초미세가 적어도 

태운 냄새로 가득하다는 것을 자주 접했는데

실제로 9월부터 거의 매일 탄내를 점점 격하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작고 나무가 많아 보이는 도시로 정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비제우로 돌려보았지만 믿을 수 없는 숙박비에 탈락.

코임브라로 돌려보았지만 이곳 역시 포르투와 같이 다닥다닥의 삶 구조인데다 숙박비가 너무해서 탈락.

그럼 정말 더욱 관심 없는 스페인을 넘어가 볼까. 싶어 스페인과 국경의 포르투갈 온 동네를 뒤적뒤적.

산 동네가 아니면 다 그놈이 그놈이다.

오래된 도시고 나발이고 나는 흙과 나무를 원할 뿐이다.

이 도시들의 공동주택과 아파트 생활이 피곤해 정말 저렴한 단독 주택이 없을까. 싶어

눈 호강할 겸 손을 굴리다 보니 포르투나 내가 원했던 산골 주택보다 저렴하고

작은 잔디 마당, 뒤에 작은 언덕, 멀리 선 강이 보이는 집을 발견!

그곳이 스페인과 가까운, 바다, 강, 언덕을 끼고 있는 비아나두카스텔로. 라는 작은 도시였다.

그렇게 이사하게 된 비아나.


늘 바쁘고 우매한 마음은 지금에는  잠시 감사하고,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과거나 미래의 계획에 

먼저 가서 보챈다.

혼돈과 슬픔, 분노, 그 자체였던 포르투 집을 떠나 마음은 늘 비아나의 작은 마당이 있는 시골집을 자꾸 들여다보고 먼저 풍경을 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공포자가 맨 앞 좌석을 예매한 덕분에 유난히 크고 깨끗한 비아나행 버스를 타고 달리는 길.

사람 걷는 길만 삥 돌고 곤란한 줄 알았더니 이 길 옆을 가르며 대형 버스를 운전하는 사람도 참 대단하시다. 싶다.

미쳐 걸어보지 못했던 포르투의 끝자락을 지나 황량한 큰 도로가 이어져 꾸벅인다.

그러다  잠시 깨어보니

늪지대 같은 곳과 나무와 낮은 건물이 어우러진 모습.

아. 왠지 이곳일 것 같아! 싶어 보이 맞다.

터미널조차 없을 것 같은 묘하게 우울하고 소박한 풍경을 지나 조금만 꺾으니 바로 비아나에 도착한다.


고마운 집 주인의 딸과 아내가 차로 마중을 나와주었고

내려줘도 늘 고마운 비.  이지만 차에 짐을 막 싣고 도착해서 짐을 넣자마자 폭우다.

차가 없이는 도저히 트렁크를 옮길 수 없을 길,  

포르투에서 본 적도 없는 돌길을 지나 돌길 앞 언덕 집에 도착.

예쁘고 단정하게 차려입고 마중 나와 준, 사교성 좋고, 대화를 좋아하는 고마운 집 주인의 아내와 딸에게 집 설명과 키를 받기도 전에

와......

그냥 와.이다.


엄청나게 꾸민 정원, 멋들어진 주택이 아니지만 

사랑하는 오래된 돌들과 이끼들, 낮은 곳의 아름다운 꽃, 나무가 보이고, 옆집이 없고, 공사 현장이 없는 집이라 그냥 와.이다.

집 자체와 꾸민 잔디 밭보다 곳곳에 놓은 작고 오래된 주민들 덕에 생기가 돈다.


대강 짐을 놓고 비가 잠시 그친 사이 동네 구경 겸, 장을 보러 다니며 걷는 짧은 길.

이 동네의 분위기를 뭐라 말할 수 있을까.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생기가 한창 넘치는 분위기일 텐데 시끄럽지 않고, 그렇다고 우울하지 않고

분위기가 가슴에 사악. 스며든다.

낮은 산 아래의 짧고 작은 메인 길에서 잔잔히 캐롤송이 흘러나오는데

꼭 꼬마 시절에  내복 입고 따뜻한 바닥에 배를 깔고선 편안하지만 조금 두근두근하게 기다리던 크리스마스의 느낌이

자연스레 끄집어져 나온다.


언덕과 돌길은 포르투와 비교도 할 수 없이 험하고 얼핏 심심해 보이지만

그래서 잘 왔다. 미소 띠는

심장이 상징인 도시.

아니 작은 마을.

비아나두카스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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