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 창업일기4
부끄럽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날의 결심 이후로 원장이 되겠다!는 목표만을 향해 멋지게 뚜벅뚜벅 전진해 온 것은 아니었다.
직장 아닌(?) 직장 같은 직장 생활로 타성에 젖어 열정은 사그라들기 일쑤였고
종잣돈을 모으기도 전에 워라밸!을 찾겠다며 돈을 쓰는 것에 더욱 행복해하기도 했다.
나의 안위와 행복을 쉽게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찰나,
생각지도 못하게 남자친구가 생겼다.
이놈의 애정전선이 내 인생에 아주아주 큰 역할을 한다.
30대 초반 사회적 잣대로 결혼 적령기를 막 지나고 있던 나는
큰 딸이 시집가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던 엄마의 성화에 스트레스가 점점 늘어가던 상황이었고
안정적인 조건을 가진 이 남자를 내 사람으로 만든다면
내가 그동안 바라던 안위와 행복을 다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빅 픽처를 꿈꿨다.
그렇게 일에 대한 고민은 차일피일 접어둔 채
달콤한 연애 놀이에 푹 빠져 김칫국을 한 모금 두 모금 마시던 중
어느 날 갑자기 닭 쫓던 개 신세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공부방 창업일기의 취지를 생각해 최대한 간단히 적었는데
지독한 흑역사지만 저에게도 찌질한 과거가 있었다는 인간미(?)를 어필하기 위해 공유해 봅니다.
지금 힘든 건 다 성장통일 뿐입니다 여러분! 비슷한 고민이 있으신 분들 모두 힘내세요ㅠㅠ
태리치의 브런치 '그녀의 사생활' 중
#1 https://brunch.co.kr/@taerich/27
그 일을 계기로 나는 '각성'이란 것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을 통해 내 꿈을 이루려고 했던 무능력한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고
그래서 내 인생이 또 이렇게 비참해지는 일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더 이상은 없었으면 했기에
이를 바득바득 갈았고 내 힘으로 반드시 성공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단순히 고용주가 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어느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별 같은 성장통을 겪고 정신을 바짝 차린 뒤
공부방을 시작해야겠다는 목표에 온전히 매달렸다.
1년 내에 공부방을 오픈하겠다는 목표로 돈을 차곡차곡 모았고
어느 동네에서 오픈하면 좋을지 지도를 찾아보며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때 당시 유치원 영어 수업을 하면서 집에서 멀지 않은 신도시에도 수업을 다녔는데
차로 운전하며 지나던 동네가 참 깨끗하고 좋아 보였던 게 기억이 났다.
신축 아파트가 대단지로 들어선 동네라 아이들을 키우는 젊은 부부의 유입도 많을 거라는 생각을 했고, 그런 동네라면 아이들이 커나갈 앞으로의 10년 동안 내 일의 미래를 걸어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
그렇게 도시 여기저기를 지도를 검색하며 알아보다가
다음의 조건들을 충족하는 곳을 발견하고는
어쩐지 느낌이 좋아 직접 가서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1. 입주한 지 6개월이 채 안 된 아파트 단지
- 이사한 지 얼마 안 됐으니 학원가도 아직 자리 잡히지 않았겠지
2. 근처에 입주 예정인 세대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동네
- 앞으로 잠재 고객의 유입이 많겠네
3. 반경 500m 이내 초등학교 2개, 중학교 2개의 최적의 학군
- 도보로 걸어올 수 있는 거리에 학교가 많다니 아이들 동선 확보가 좋겠네
마침 다음 주 5월 1일에 수업이 없으니 미리 시장조사하러 간다 생각하고 발품을 팔아 보기로 했고
이미 공부방을 하고 계신 친한 선생님께도 미리 말씀드려 같이 가서봐주시면 좋겠다 말씀 드렸다.
공부방 오픈 디데이를 약 6개월 정도 앞두고 처음 나서는 움직임이었다.
그저 둘러보고 오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떠난 길이라 무슨 일이 있겠냐 싶었다.
어떤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는지도 모른 채...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