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원석 돌아보기
올해 시작과 동시에 글쓰기 챌린지를 도전했다.
그로 인해 66개의 글들이 차례로 발행되었고, 그 글들은 나의 개인적인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내비쳐졌다.
"옥제야~ 있잖아. 나는 평소에 책도 잘 안 읽고, 글 읽는 거도 안 좋아하는데 그런 내가 네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 수 있겠더라~ 글을 어쩜 그렇게 술술 재밌게 잘 읽히게 쓰니?"
"그래? 아무렴 친한 사람이 쓰는 글이니깐 잘 읽히는 거겠지~"
"아니야. 다른 사람 글은 아무리 친해도 안 읽히는 건 안 읽히는데 너 글은 길어도 내가 하나도 안 빠지고 끝까지 읽고 있다."
"내 글 안 빼고 하나하나 다 읽어줘서 너무 고맙다."
"네가 어릴 때 책도 좋아하고 글도 곧잘 쓰더니 커서도 그런 재능을 발휘해서 글을 쓰는구나~!"
'그래...
내가...
어릴 적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었지.....'
"그리고 너 그거 기억나니? 너 학교에서 도서 부장도 하고, 버스 타고 우리 반 도서부 애들 데리고 남부 도서관에도 책 읽으러 가고 했었잖아. 그때 나는 책 안 좋아했지만 너 따라갔었는데.... 하하하하하"
'그래.....
내가.....
그랬었지....
도서 부장도 하고...
학교 도서관 담당도 하고...
친구들도 데리고...
도서관에 가고....
내가....
그랬었지....'
그러고 친구와 전화를 끊고 곰곰이 나의 옛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 보았다. 내 기억 속 나는 언제나 수줍고 얌전하기만 했던 아이라고 나는 줄곧 단정 지어 생각했었다. 조용하고 학급회의도 쑥스러워 매끄럽게 진행 못하던 그러한 전형적인 I 스타일이었었다고...
하지만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리더 기질이 다분했던 아이였다.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분야, 내가 잘 아는 분야였을 때 나는 나의 실력은 제대로 발휘되었었다.
그러고 보면 글짓기, 그림 그리기, 만들기, 노래 부르기 등에서 나는 재능이 있었고, 당당하게 합창부도 사모제 전시회도 나갔던 아이였지만, 왜 나는 그동안 내가 얌전하다고만 느꼈을까? 그동안 내가 나를 잘 모르고 타인의 프레임에, 그 판에서 맞지않는 춤을 추며 살아온 것은 아니었을까?
잊고 살았지만 나는 어릴 적부터 리더 기질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서 책을 읽고 모임을 진행하며 후천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원래 그 안에 있었지만, 누군가는 내게 목소리가 작다고 비난했었고, 누군가는 나의 약한 부분을 돋보기로 확대해서 들여다보며 쏟아내는 비난에 빛을 내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다시금 지금의 나와, 아이들을 생각해 본다.
자녀의 삶을 조각하는 데 있어 부모의 역할은 아이의 불필요한 것만 덜어내어 주면 된다. 그러면 '나' 라는 원석에서 서서히 자신의 조각 작품이 어렴풋이 보인다. 그리고 성인이 된 그 후에는 자신이 자신의 삶을 조각하게 두면 된다. 부모욕심으로 원석에 더 좋아 보이는 다른 것을 가져다 붙이거나, 꼭 필요한 부분까지 깎아 내어 버리면 후에 아이가 스스로 하는 조각마저 힘들어질 수 있다.
나를 깊숙이 들여다보며 사회가 정해진 틀에 맞춰 억지로 재단하다 떨어져 나간 나의 원석의 일부를 다시 주워 담아 나에게 붙여 보기로 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의 조력자 강현남은 이야기한다.
"맞고 사는년은 웃지도 않고 사는 줄 알았어요?
난 매 맞지만 명랑한 년이에요."
매 맞고 살아도 명랑한 년의 그 원석은 명랑이다.
나의 원석 또한 매를 맞아도 사라지지 않고 명랑하게 그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