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명절쇠는 법
어떤 일이 있어도 매 명절엔 보은에서 모이던 가족들이 올해는 모이지 않기로 했다. 당연히 코로나 때문. 갑자기 생긴 공백에 숙부님과 낚시를 가기로 했는데, 일이 커져서 숙부님네 온 식구가 함께 떠났다.
차 막힘을 피하려고 새벽부터 출발해서 도착한 곳은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의 내린천. 이렇게 깨끗한 물을 본 지 최소 십수 년은 된 것 같다.
낚시는 고됐다. 흐르는 강물에 들어가 물살을 직접 막아서며 낚싯대를 드리우는 방식이었다. 그저 던져 넣고 끝나는 게 아니라, 물고기를 유인하기 위해 끝없이 움직여줘야 했다. 물살은 거세고 바닥은 미끄러워 가만히 서있기도 어려운데, 실이 워낙 잘 꼬여서 풀고 감는 데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금세 지쳤다.
점심은 기린면 맛집, 방동막국수. 수육 15000원. 막국수 6000원. 감자전 3000원. 싸면서도 맛있었다. 가게도 크고 손님도 많았다.
점심 먹고 낚시 한 타임 더. 숙부님께서 열네 마리를 잡으실 동안, 같은 자리에서 나는 고작 한 마리를 잡았다. 매제들도 도낀개낀. 그러나 조과와 상관없이 숙부님, 숙모님, 조카, 딸, 사위, 손녀들 모두 즐겁게 놀았다.
추석이 아닌 추석 전날에
본가 식구가 아닌 딸 식구들(+조카)과 함께
고향 보은이 아닌 강원도 인제에서
차례와 성묘가 아닌 낚시와 식도락을 즐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숙부님이 하신 말씀.
"오늘 잘 놀았네. 이게 추석여. 우리 오늘 추석 쇤 겨." (2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