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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엔드 Jul 21. 2023

혹시 나는 솔로 보세요?

저는 봤었어요. 한동안 열심히.


보컬 쌤이 내게 물었다. “상진님 혹시, 나는 솔로 보세요?”


어쩌다보니 보컬 레슨을 받고 있다. 첨엔 홍대 쪽으로 추천받아 갔었는데, 멀기도 하고 좀 비싸기도 해서 두 번 가고 말았다. 대신 한의원 근처에 한 곳을 찾아서 그리로 다니는 중이다. 그런지가 벌써 세 달 째다. 솔직히 노래는 별로 늘지 않은 것 같지만, 재미는 있다.


노래를 배우기 위한 자리여서인지 오히려 보자마자 노래 얘기를 하기가 조금 멋쩍다. 먼저 다른 이야기로 아이스 브레이킹을 해야, ‘우리가 피상적으로 노래만 가르치고 배우는 사이는 아님’을 확인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매번 사회적 잡담을 조금씩 나눈다. 그동안 내가 한의사이고, 취미로 노래 외에도 연극, 골프, 프리다이빙 등을 하고 있음을 이미 알려 드렸다. 오늘은 어제 본 축구 얘기나 드릴까 하던 차에 보컬 쌤이 내게 물었다.


“상진님 혹시, 나는 솔로 보세요?”


... 설마 내가 출연한 것을 보셨나? 아니지, 그러면 이렇게 묻지는 않으셨겠지.


“네 그거 요새 엄청 인기 많아졌잖아요.”

“맞아요. 거기 이번에 옥순님. 그 서울대 나온 분 있잖아요. 그 분도 취미로 연극 하신대요. 요새 직장인들이 취미로 연극을 많이 하시나 봐요.”


아. 쌤은 옥순님도 ‘연극’을 하신다는 점을 나한테 얘기하고 싶으셨구나.


“아. 그 분. 청주에 사신다던데. 나는 솔로 많이 보셨어요?”

“네 저는 최근에 보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밌어서요.”

“그쵸? 나는 솔로가 뭔가 날 것 그대로의 맛이 있어요. 다른 연애 프로에는 없는 맛.”

“왜 이번에 영식님. 앞에 두 명이 의사였잖아요. 그래서 약간 주눅 들어서 괜한 말까지 하시는 느낌. 그런 얘기 차라리 안했으면 여자들이 더 좋아했을 텐데.”


하마터면 ‘바로 그 영식하고 제가 어제도 같이 축구를 봤거든요!’라고 말할 뻔 했다.


“맞아요. 근데 그 영식님 인기 엄청 많던데요?”

“어떻게 알아요?”

“아 그게 디씨인사이드에 나는 솔로 갤러리라고 있어요. 시청자들이 글 쓰는 곳. 거기서 영식님이 인기 많더라고요.”

“오 그래요? 찾아봐야겠다.”


그렇게 시작된 나는 솔로 이야기는 11기 출연자들 평가부터 10기 김치찌개 사건, 지금까지 잘 사귀고 있는 10기 커플 이야기, 시골 남자의 매력, 11기 남녀 출연자들에 대한 이야기로 약 15분간 이어졌다. 그동안 잡담을 이렇게까지 오래한 적은 없는데...


다행히 쌤이 가장 최근 방송을 못 보셔서, 이야기는 거기서 끊겼다. 비로소 수업이 시작되었고, 나는 한 주 동안 준비해간 노래를 불렀다.


“내 사랑에~ 세상도 양보한 널~ 나 끝까지 아끼며 사랑할게~”


더 슬픈 노래를 준비해갈 걸 그랬다. (22.11.29.)


https://youtu.be/S74FibO4s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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