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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주 Jul 29. 2022

난임 한의원 방문기(드러운 기억)


난 최선을 다했다. 딱 하나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 아쉬움은 없다. (슬픔은 있어용)

근데 시간이 지나 자꾸 기억이 흐릿해지니까 내 노력이 부족했었던 건 아닐까? 최선은 아니지 아니었나하는 죄책이 들어서 잊지말자고 기록으로 남기려고 브런치를 시작했다. 

혹 자책이 들거나 아쉬움이 들때 이 글을 꺼내보면 '그래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해'하고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 난 살면서 이렇게까지 노력했던 적이 없거든. 

여기까지는 좋은데 기록을 하려고 기억을 끄집어 내니까 자꾸 기분이 까라앉고 글도 당연히 우울하다. 

난 유쾌하고 밝고 재밌는 사람인데. 

내가, 내 글이 우울해지는 게 맘에 안든다. 

세상 내 맘대로 되는게 참 없지만 나 자신은 내 맘대로 할 수 있으니까 난 그래도 밝아야지. 

그래서 글도 전반적인 내용은 우울해도 밝게 써보려고 한다. 근데 잘 되지는 않네.ㅋ



암튼.,, 저번에는 서양의학 치료법은 말했었는데

우리니라는 의학만 발달한게 아니다. 한의학도 발달했다. 난임으로 유명한 한의원도 참 많다. 

그렇다면 한의원도 가서 침 맞고 한약 지어먹어야지.


매월 시험관 시술로만 200만원 넘게 쓰고 있는데 한약 40만원까지 추가라니 부담이 되는건 사실이다. 

그래도 효과만 있다면야 돈이 아깝겠냐 먹어야지! 효과가 없더라도 한약을 먹으면 몸은 좋아지겠지. 

돈 앞에 흔들리는 맘을 다잡고 한의원에서 약을 짓기를 여러번.  침 맞기도 여러번. 그렇지만 딱히 좋아지지는 않았다. 아오 내 돈... 

그걸 어떻게 아냐구요? 매월 난자를 채취했지만 한약 먹기 전후, 침 맞기 전후로 난자 질이 크게 좋아지지는 않았거든요. 수정란 이식 전에도 한약을 먹거나 침을 맞았지만 효과 없었구요. 


그래도 보통 난임극복을 위한 노력을 할때 서양의학, 동양의학 양쪽을 모두 공략해주기 때문에 그래도 1년에 한두번씩은 한의원을 바꿔가며 한약을 먹곤 했다. 이번에는 엄마가 저 아래 충청도에 있는 유명 한의원을 알아왔다. 레파토리는 똑같다. 누가 여기서 약을 지어먹고 임신을 했단다. 위치를 보니 충청도다. 왜 이런 유명 한의원은 지방에 많은 건지. 

여행간다 생각하고 다녀와. 내키지가 않았다.  

엄마는 내가 안가니까 자꾸 잔소리하며 날 채근했다. 매일같이 전화해서 언제 갈거냐 물었지.... 너무 집요해...

결국 결심을 하고 한의원을 찾아나섰는데 그날 우리 신랑은 일정이 있어서 못가고 나 혼자 충청도 여행을 하게 되었다. 인터넷 후기도 좋고 유명하다고 하니까 믿고 갔는데

 

한의원에 도착하니 병원 내부에 불도 안켜있고 수납대에 간호사분도 없었고 무엇보다 대기 환자가 없었다. 

유명하다는데 왜 사람이 없지? 이때 눈치채고 그냥 집에 왔어야 했다. 

굳이 안에 들어가서 사람 안계시냐고 부르니 잠시 후 어떤 아저씨분이 나오셔서 접수해주고 날 원장님이 계신 진료실로 안내했다. 

이 원장님은 신기하게 진맥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주?도 봤다. 

나의 생년월일을 듣고 뭔가 쓰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러더니 신랑 생년월일을 묻기에 말씀드렸더니 한참 뭔가 쓰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안된다고 했다. 

네???

내 사주가 어쩌고, 신랑 사주가 어쩌고 암튼 임신은 안된다는 거다. 그러더니 나보고 그냥 가란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난 그건 모르는 거니까 약이나 지어달라고 했다. 임신이 안될거라는 말을 받아들이고 그냥 나오기에는 발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먹을 필요 없다면서 이 새끼.. 아니 이 원장은 나에게 자기 자식 자랑을 했다. 자기가 아들이 셋인데 다 결혼을 해서 며느리가 있고 어쩌고. 

난 너무 기가 막혔다. 이게 난임으로 유명한 한의사가 할 소리인가???

난 그 원장의 자식자랑을 좀 더 들은 뒤 한 번 더 약을 지어달라고 했지만 원장은 또 거절했다. 아까 접수해줬던 아저씨분이 날 안쓰러운 눈으로 보면서 돌아가라고 했다.

결국 난 별 수 없이 나왔다. 나와서 아저씨한테 진료비가 얼마냐고 물어보니 그냥 가란다. 

진료비는 자존심상 내려고 했는데 그것도 거절당하고 집으로 올라오는 고속도로에서 내가 뭔짓을 한 건가 멍하기만 했다.  왕복 5시간 걸려서 찾아간 병원인데 내가 왜 이런 험한 꼴을 당해야하나. 저 새끼.. 아니 저 원장은 대체 뭐하는 새끼인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눈물도 안나왔다.

2시간 반을 운전하고 집에 돌아와 넋이 나가있는데 엄마한테 또 전화가 왔다. 한의원 언제갈거냐고.

난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갔다왔어!!!! 내가 안간다고 했자나!!! 왜 나보고 가라고 했어!!!!!!  으아아아악!!!!!!!!

엄마는 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나 임신 안된대!!!! 약먹을 필요도 없대!!!!! 왜 나보고 가라고 한거야 내가 안간다고 했자나!!!!!!!

전화기에 대고 아파트 전체가 다 울릴 정도로 소리를 질러도 울분이 풀리지 않았다. 참고있던 감정이 폭발하니 둑방 터진 듯 멈출 수가 없었다.  

엄마는 울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몰랐다고.

난 너무 화가나서 엄마한테 경고했다. 

앞으로 아무것도 하지마. 나한테 뭐 시키지도 마. 그냥 내버려둬. 미치는 꼴 보고싶지 않으면 가만 내버려둬. 엄마가 스트레스 받아봤자 나만큼 받아? 그냥 나 좀 내버려둬!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뭐 그 다음은 나름 해피앤딩이다. 그 이후로 엄마는 나한테 잔소리 안한다. 이것만으로도 만족이다. 

물론 그 원장새끼는 용서못하지만. 

그래도 그 새끼가 용하기는 요하네. 결국 난 임신이 안되었으니.  


충청도 그 한의원이 넘 솔직한건지 미친건지는 모르겠지만, 친절하면서 유명한 한의원도 많이 있습니다. 

저 새끼가 한약 안지어줘서 다른 곳에다가 지어 먹었어요. 니가 안지어준다고 내가 한약 먹을 곳이 없겠냐!

암튼 한의원도 잘 알아보고 갑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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