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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어로빈 Mar 01. 2022

한심한 사람의 4가지 특징

'나 사용법'을 모르는 사람

한심한 사람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이 글은 작가 개인의 주관적 견해일 뿐이며, 누군가를 비판하기 위한 의도로 쓴 글이 아님을 알립니다.



1. 스스로의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한다.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지 멀쩡하고 충분히 여건이 되는데도 본인의 월세나 식비, 통신비와 같은 생활비를 타인에게 의지한다. 막연히 돈은 많이 벌고 싶은데 일하기는 싫다. 뭔가 시작하자니 조금 하면 질리고 귀찮고 막막하다.

"내 친구 아들 OO이 이번에 대기업 들어가서 연봉을 얼마 받는다더라"

"이력서는 넣고 있니? 요즘 OO 공채 열렸다던데"

  제발 좀 나가서 돈 좀 벌어오라는 가족의 눈치 섞인 잔소리에도 끄떡하지 않는다. 가만 보면 본인보다 부모님이 더 취업 관련 정보를 잘 알 때가 많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뭐가 되고 싶은지 조차 별로 생각이 없다.



2. 대부분의 시간을 의미 없게 흘려보낸다.


  전날 밤늦게까지 유튜브 영화, 드라마 리뷰를 보다가 11시가 넘어서 일어난다. 낮에는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온라인 게임 보이스챗인 디스코드를 켠다. 접속해있는 친구들을 리스트에서 흝은 뒤 없다면 카톡으로 부른다.

"야 뭐하냐, 접해(접속해)"

  게임과 음성채팅을 같이 하는 이유는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서다. 점심 즈음에 접속했지만 어느새 정신 차려보면 새벽 3시 반이다. 전날 늦게 자 하루를 망쳐 오늘은 일찍 자 보려고 했지만 그 계획도 틀어졌다. 게임 마지막판은 영화나 소설의 결말처럼 감동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 판은 져서는 안 되고, 이기더라도 싱거우면 안 된다. 꼭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다가 극적으로 이겨야 만족하고 잘 수 있다. 그전까지는 헤드셋 마이크에 대고 한심한 그 말을 외쳐야 한다.

 "찐찐 막 고?"(진짜 진짜 마지막 판 고?)



3. 건강이 망가져있다. 


  운동? 그딴 힘든 건 귀찮고 할 시간이 없다. 헬스장에 등록해두었지만 처음 가는 시늉 하다가 안 간지 오래다. 컴퓨터 데스크 위에는 편의점에서 사둔 인기가요 샌드위치 비닐 포장지가 널브러져 있다. 어제는 치킨, 오늘은 피자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다반사다. 먹는 시간조차도 일정하지 않다. 아까 디스코드에서 만난 사람들이 "잠깐 저녁 먹고 올게요" 하면 그때가 오늘의 저녁시간이다.


배달의 민족에 리뷰 이벤트를 남기는 때가 하루 중 유일하게 생산적인 시간이다.

 

그래도 하루 중 생산적인 시간이 있긴 있다. 배달의 민족에 어제 먹은 지코바 치킨 리뷰 이벤트를 기계적으로 남기는 때다. 그래야 다음에도 치킨에 떡사리 추가를 받을 수 있다.  



4. 하루 종일 본인이 원하는 대로 행동했는데 우울해하고 후회한다. 


  위에 언급한 대로 지내더라도 본인이 만족하고 행복하면 그만이다. 게임을 하는 것이나 배달음식을 먹는 것, 수입이 없는 것은 그 자체로는 전혀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본인이 그렇게 원해서 행동했지만 그로 인해 우울해하고 그 삶에 만족하지 못할 때 나타난다. 그에게 누구도 배달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하루 종일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고 강요한 적 없었다. 모두 그 사람 스스로가 결정한 선택이다. 하지만 한심한 사람은 스스로가 내렸던 그 결정을 후회한다. 그는 다짐한다. 내일은 아침에 짧더라도 산책을 나가기로.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켜고 인생의 촛농이 다 타버리기를 원하는 듯 다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유튜브나 SNS로 멋지게 사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며 현실의 자신은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 아파한다. 아픔과 외로움을 잊기 위해 다시 게임을 켜고 현실을 회피해본다. 하지만 게임 속 일행들이 일상으로 복귀하면 혼자 덩그러니 남아 다시 외로움이 찾아온다. 밤이 되면 다시 우울해지고 후회를 반복한다.


  

  제목이나 내용이 기분이 나빴다면 사과하겠다. 하지만 이건 그러한 타인을 한심하다고 욕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니다. 사실 위의 내용은 내 이야기다. 나는 내가 얼마나 한심해질 수 있는지 알고 있으며 그게 얼마나 나를 괴롭게 하는지도 잘 안다.


  지난번에 브런치에 내가 퇴사를 결심한 이유에 대한 글을 남긴 이후, 과분할 정도로 많은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받아 감사한 나날을 보냈다. 나를 "꿈을 위해 도전하는 멋진 사람"으로 바라보고 대단하다고 이야기해주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나는 그렇게 멋진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니, 사실 생각보다 너무나도 한심한 사람이라는 걸.


  하지만 이건 그런 나를 깎아내리기 위해 쓴 글이 아니다. 공개하는 게 부끄러울 정도로 한심한 모습들을 일일이 기술한 것은, 그런 나의 약점을 오롯이 알고 인정해야 나를 진정으로 제어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시간을 허비하고 나서
거울에 비친 초췌한 자신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하루 종일 시간을 허비하고 나서 거울에 비친 초췌한 자신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오늘 행동을 후회하고 이대로는 안 된다며 내일부터는 바뀔 거라며 굳게 마음먹어본 적 있는가?  그런데 결국 나는 그렇게 "마음만 먹고" 다시 한심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짓을 수도 없이 반복했었다. 그러고 나서 또 실패하는 나를 보며 나라는 인간 자체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다. 나는 왜 이리 의지가 약할까? 나는 이 모든 실패의 원인이 내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끝없는 자기혐오의 늪을 맛봐야만 했었다. 성공한 멋진 사람들과는 다르게 의지가 이것밖에 안 되는 나를 증오했고, 내가 정해둔 내 기준에 못 미치는 나를 죽도록 미워했다.


  다행히도 지금은 그 늪을 벗어나게 되었다. 누군가 그랬었다. 인생은 나라는 사람의 사용법을 점점 익혀가는 과정이라고. 오랜 기간 늪에서 고통을 겪으며 나라는 사람에 대해 진정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내가 언제 행복하고 언제 불행한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알고 나니 그동안 내가 내 의지대로 자유롭게 행동했어도 우울했던 이유가 명확해졌다. 나는 인생에서 하고 싶은 일, 도전해 보고 싶은 일, 되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렇지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라는 핑계로 하는 그 한심한 행동을 지속해서는, 내 이상에 절대 도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우울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행위도 나를 잘 사용하기 위한 행동 중 하나이다. 나는 내 약점이나 치부가 남에게 공개되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결과가 안 좋을 확률이 높으면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않고 회피하는 성향이 강했다. 그로 인해 나는 내 안의 부족한 점을 오랜 기간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다. 나를 사랑하는 법,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잊은 채,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해 스크린 속 가상 세상으로 도피했었다. 이 도피는 달콤했지만 그 여정 끝에는 항상 후회와 막막한 미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은 글쎄, 언젠가 다시 늪에 빠질지도 모르겠지만 스스로 빠져나오는 법은 알게 되었다. 내가 이런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이렇게 공개할 용기를 낼 수 있다. 사람마다 원하는 목표와 그 길로 가는 방법은 각기 다르겠지만, 나는 내 약점을 보완할 수 있었던 '시스템'을 활용해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고자 한다.


  건설 현장에서 실족사고가 나면, 그 원인을 부주의한 '인부'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 그게 내가 내 인생에서 줄곧 반복해왔던 행동이다. 실패의 원인을 부주의한 나, 더 꼼꼼하지 못한 나에게서 찾았고 그래서 나를 증오하고 미워했었다. 그런데 백날 그런다고 내 성격이 나아질 리는 만무했다. 오히려 정신적인 스트레스만 가중될 뿐이었다.


건설 현장에서의 사고의 원인을 '부주의한 인부' 탓으로 돌리면, 더 이상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반면 지금도 내 탓을 하긴 하는데, 그 원인을 '부주의한 나' 자체에게 돌리지는 않는다. 다만 사전에 '가드레일'을 설치하거나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내 행동을 반성한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을 쉽게 망각하며, 실수할 수 있고 유혹에 흔들리기 쉽다. 그렇다면 그런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나를 미워하는 게 아니라 그런 나의 약점을 알고 있음에도 미리 안전장치나 시스템을 꼼꼼히 세팅하지 않은 걸 반성한다. 이는 충분히 개선 가능한 영역이며, 이를 통해 내 약점을 보완할 수 있어 내가 끝없는 자기혐오의 굴레로 빠지는 걸 막아준다. 예를 들면, 살이 찌는 게 걱정이라면 자꾸 식탐을 참지 못하는 나 자신을 혐오하기보다는 집에 군것질거리를 줄이고(가드레일 설정) 운동을 규칙적으로 같이 할 친구를 찾는다.(시스템 설정)

    

  내가  글을 쓰는 가장  이유는, 퇴사를 앞둔 내가 다시 한심한 생활을 반복해 우울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의지가 약하고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받는 나와 화해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런 나를 위해 '시스템'이라는 안전모를 씌워주기로 했다. 내가 원하는 삶으로 가는 여정까지 나를 보호해줄 생활 규칙들 말이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시스템  일부인 글쓰기를 하기 위해 키보드 앞에 앉는다. 수없이 실패해도 멈추지 않을 나의 '사용법' 찾기 위해,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치열한 나의 도전을 기록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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