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심리학 and/or 상담사교육
미국의 상담 관련 박사과정, 공통점과 차이점 살펴보기
심리상담에 대해 배우는 미국의 박사과정 프로그램에는 미국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APA)로부터 인준(accredited)받은 상담심리학(counseling psychology, 이하 CP)과 미국상담학회(American Counseling Association; ACA) 산하 상담 및 관련 교육 프로그램 인준 위원회(CACREP)로부터 인준받은 상담사교육(counselor education, 이하 CE)이 있다. 각 프로그램의 기반, 초점, 입학 및 학위 취득 요건, 교육 기간, 자격증, 진로 등이 꽤나 다르므로, 지원하기 어느 쪽이 자신에게 더 잘 맞는지 생각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상담심리학(CP)
※ 프로그램 목록: APA 프로그램 검색
미국심리학회(ACA) 인준 과정; 과학자-실무자(scientist-practitioner) 모델 기반, 심리학의 하위 분과
초점: 임상가로서 갖춰야 할 임상 및 연구 역량에 대한 집중적 훈련
인접 분야: 임상심리학(clinical psychology), 학교심리학(school psychology)
학위: Psy.D.(실무 중심), Ph.D.(연구 중심)
교육 기간: 최소 5년(인턴십 1년 포함)
학위 취득 요건: 석사학위 없이도 진학 가능, 코스웍 동안 인턴십 지원에 필요한 임상 경험을 쌓은 후 1년간 이루어지는 full-time 인턴십을 마쳐야 함, 인턴십 전후 논문 심사를 받음
자격증: 공인심리학자(licensed psychologist; LP) – 박사급 자격
예상 진로: 개업, 대학교 상담센터 취업, 교수직 등 다양함
대부분의 상담심리학 프로그램은 다른 심리학 프로그램과 달리 사범대학(college of education) 안에 설치된 경우가 많지만, 박사급 자격인 공인심리학자를 양성하는 3개 전공 중 하나로 여겨진다. 미국에서 심리학 박사과정, 특히 건강서비스심리학(health service psychology; HSP) 분야에 속하는 3개 분과(상담, 임상, 학교)의 박사과정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입학 경쟁이 치열한 전공으로 유명하다. APA에서 공개한 2022-23년 대학원 입시 데이터에 따르면, 상담심리학 프로그램의 지원자 수 중간값은 95명, 합격자 수 중간값은 9명, 합격률은 9%다. 하지만 이 데이터는 수억 원에 달하는 학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Psy.D. 프로그램을 포함한 수치로, funding이 제공되는 Ph.D. 프로그램의 합격률은 이보다 낮다고 봐야 한다.
상담심리학 박사과정 학생은 대체로 1) 코스웍 및 상담 실습, 2) full-time 인턴십, 3) 논문 심사를 거쳐 졸업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아주 많은 양의 수련(상담, 심리평가, 수퍼비전)을 받게 된다. 그러다 보니 상담을 해본 경험이 없거나 석사학위가 없어도 프로그램에 진학할 수 있다. Ph.D. 프로그램에서는 수련과 더불어 연구 경험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므로, 학업, 상담, 연구라는 세 가지 과업이 무지막지한 양으로 & 치우침 없이 주어진다. 실습에서는 아동이나 청소년보다 성인, 특히 대학생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연구 또한 성인을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심리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양적 연구 중심의 전통이 확고하나, 최근 들어 질적 연구에 대한 관심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상담사교육 프로그램에 비해 교육 기간이 더 길고, 교수직으로 진출하기 쉽지 않으나, 심리학 전공으로서 인지도가 더 높고, 개업 및 취업 기회가 더 많으며, 박사급 자격인 공인심리학자의 보수 및 지위도 석사급 자격인 공인전문상담사에 비해 더 높다. 그러나 공인심리학자 자격을 취득하려면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에도 최소 1년간 심리학자로서 full-time으로 근무한 후 EPPP라는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상담사교육(CE), 상담사교육 및 수퍼비전(CES)
※ 프로그램 목록: CACREP 프로그램 검색
상담 및 관련 교육 프로그램 인준 위원회(CACREP) 인준 과정; CACREP이 인준하는 상담학의 8개(중독, 진로, 정신건강, 재활, 지역사회, 대학, 노인, 부부 및 가족, 학교) 하위 분과 전체를 아우름
초점: 상담학 석사과정 학생을 가르치고 수퍼비전하는 상담사 교육가(counselor educator) 양성
인접 분야: 재활상담사교육(rehabilitation counselor education), 부부 및 가족치료(marriage & family therapy; MFT) 등
학위: Ph.D.(연구 역량 요구)
교육 기간: 통상적으로 3-4년
학위 취득 요건: 진학 전 상담학 석사학위 반드시 필요, 상담보다 주로 수퍼비전 실습이 이루어짐, 코스웍을 마친 후 논문 심사를 받음
자격증: 국가공인상담사(national certified counselor; NCC), 공인전문상담사(licensed professional counselor) – 석사급 자격
예상 진로: 교수직 진출 상대적으로 쉬움
상담사교육 박사과정 프로그램은 8개 분과로 이루어진 상담학 석사과정 프로그램과 달리 단일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담학 석사과정은 상담사 자격 취득에 필요한 임상 경험을 제공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기에, 연구 경험은커녕 학위논문마저 요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상담사교육 프로그램은 상담학 석사학위 취득자 중 상담사 양성과 연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추가적인 교육 및 연구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교수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CACREP에서 공개한 통계 데이터(vital statistics reports)에 따르면, 박사과정 프로그램의 지원자 수는 매년 약 2,500명, 졸업자 수는 매년 약 500명으로 합격률이 약 2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상담사교육 박사과정 학생은 대체로 1) 코스웍 및 상담 실습, 2) 티칭 경험 및 수퍼비전 실습, 3) 논문 심사를 거쳐 졸업하게 된다. 상담학 석사과정에서 충분히 수련받았다고 전제하므로 상담심리학 프로그램에 비해 제공되는 상담 실습의 양이 많지 않고, 그 대신 티칭 경험과 수퍼비전 실습이 더 강조된다. 상담심리학 프로그램에 비해 연구 경험을 가진 지원자가 많지 않고 과학자-실무자 모델처럼 정체성의 한 축으로서 과학적 연구를 강조하는 것도 아니기에, 연구에 대한 압박 내지 요구가 상대적으로 높지는 않다. 또한 양적 연구 중심의 전통이 없어 질적 연구나 사례연구 같은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프로그램 자체적으로 분과가 있지는 않아도, 그 학교에 설치된 석사과정 프로그램의 분과에 따라 코스웍 내용이나 실습, 연구 분야 및 주제 등이 결정된다. 정신건강상담(clinical mental health counseling), 학교상담(school counseling) 프로그램이 가장 많고, 재활상담(rehabilitation counseling) 분과도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정신건강상담 분과의 졸업자 수가 가장 많기에, 타 분과와 관련된 배경은 상대적으로 흔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상담심리학 전공에 비해 인지도가 높지 않고, 상담과 연구에 대한 실습 및 훈련의 양이 적으며, 졸업 후에도 석사급 자격밖에 취득할 수 없으나, 교육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교수직 진출 기회가 더 많다. 참고로 국가공인상담사 자격은 대부분 박사과정 도중 쉽게 취득하는 편이나, 공인전문상담사 자격에 비해 통용 범위가 적다는 한계가 있다. 공인전문상담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박사과정에서 제공하는 수련 외에 추가적인 실무 경험이 필요하기에, 곧장 교수직으로 진출하게 될 경우 이를 취득할 수 없게 된다.
일대일 비교
※ 상담심리학 프로그램: Ph.D. 과정 기준
정체성 – CP 심리학 기반 vs. CE 상담학 기반
학회 – CP 미국심리학회(사회과학 분야를 통틀어 가장 큼) vs. CE 미국상담학회(상대적으로 영세함)
입학요건 – CP 석사학위 없어도 됨 vs. CE 상담 관련 석사학위 반드시 필요함
교육 기간 – CP 5-6년 vs. CE 3-4년
교육 초점 – CP 심리학자 양성; 과학자-실무자로서 갖춰야 할 임상 및 연구 역량 교육 vs. CE 상담학 석사과정 학생을 가르치는 상담사 교육가 양성; 상담사를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데에 필요한 교수방법 및 수퍼비전 교육
상담 실습의 양 – CP 많음 vs. CE 상대적으로 적음
수퍼비전 실습 – CP 없음 vs. CE 있음
내담자 – CP 주로 성인 vs. CE 상대적으로 다양함
특화 분야 및 대상 – CP 주로 성인, 대학교 vs. CE 8개 분과 존재, 고유 영역(학교상담, 재활상담 등) 있음
연구 방법 – CP 양적 연구 중심, 질적 연구 관심 증가 vs. CE 사례연구 및 질적 연구 상대적으로 활발함
향후 진로 – CP 교수직, 연구직, 개업 등 vs. CE 주로 교수직
자격증 – CP 박사급 vs. CE 석사급
정리하면, 상담심리학 전공은 심리학자로 성장하기 위해 좀 더 집중적인 훈련을 받고 싶은 사람에게 보다 적합하고, 상담사교육 전공은 학교상담, 재활상담과 같은 특화 분야나 상담사를 교육하고 수퍼비전하는 데에 좀 더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보다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동시 지원
한국에서는 CP와 CE 모두 미국의 상담 관련 박사과정으로 인정되며, 둘의 차이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따라서 어느 한 쪽에 분명한 선호를 갖고 있지 않다면 둘 모두에 지원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참고로 나는 CE보다 CP에 분명한 선호를 갖고 있었지만 좋은 학교에 개설된 CE 프로그램에도 지원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최종적으로 CP 프로그램 9개와 CE 프로그램 2개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