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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attobroone Jul 29. 2022

당신이 지나가고 그 자리에 남겨진 것

꽤나 감성적인 사람이 된 나를 당신은 기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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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감정적이기보다는 건조한 성격에 가깝습니다. 화도 잘 내고, 원하는 대로 일이 풀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에요. 최근에는 그런 제가 쓸데없이 감성적이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잠깐 당신을 알았던 까닭입니다. 


또 하나, 저는 사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것이 참 무서운 사람입니다. 그 감정은 어쩌면 제가 이루거나 만들어온 것들을 뒤집고, 나를 뒤집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요컨대, 그것은 어쩌면 가장 큰 약점이 될 수 있기에 그렇습니다. 


제가 당신에게 크게 화가 났던 것은 당신이 그것을 알고 이용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제가 가지는 호감과 감정을 이용하고자 했다면 저는 당신에게 누구보다 최악의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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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겉으로 단단해 보이는 '척'하는 사람일수록 안으로는 곪아있는 상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짜 속이 단단하다면 겉으로는 단단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당신을 만났을 당시의 저는 속이 썩어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나마 간절함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전 당신을 원했다고 생각했지만 당신이 아니어도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약하고 이미 부러지고 곪아버린 제 삶에서 다만 그것을 구원할 누군가를 애타게 찾고 있었을지도요.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당신은 누구보다 빠르고 깊게 제 차가운 가슴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앞서 말한 것을 바꾸어 말하면, 누구여도 되었다고 할 지라도 하필 그 시점에 당신을 만난 것. 그 또한 당신이 나에게 특별한 이유일 테니까요. 


당신이 제게 주었던 것이 연민이나 동경 어떤 감정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위태롭던 제게 당신이 제게 어떤 작은 감정을 준 것만으로도 제게 당신은 비로소 큰 사람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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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저는 스스로가 세워놓은 장벽으로 마음에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흐르는 눈물을 틀어막고 하루를 버티고, 매일 스스로를 채찍질했습니다. 한편, 누구에게나 지지 않으려는 어린아이와 같은 치기만 남아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에게는 더 큰 아픔을 주고자 했습니다. 부끄럽지만, 그게 당시의 나였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몇 번이고 사과했습니다. 사실, 아직도 사과하고 싶습니다. 


그것 외에도, 저는 당신에게 그렇게 쉽게 잊히는 사람이 되기 싫었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너무 필요한 사람인데 당신에게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가장 아프고 가장 상처받을 말들을 한 마디, 한 단어를 골라 눌러 담아 아직 너무 어리고 소중한 당신에게 보냈습니다. 


당신에게 최고가 아니면 최악으로 어떻게든 기억에 남고 싶어서, 내가 받은 상처 이상으로 당신이 상처받길 바라면서, 혹여나 내 가장 약한 부분을 고의로 건드렸을 당신을 원망하면서요.


겉으로는 단단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속에서는 마치 어린아이가 우는 것 같은. 저는 그런 사람입니다. 약해 빠진, 실망스러운 사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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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당신에게는 살면서 그저 그렇게 지나간 사람일지 모를 저는, 당신을 만난 전 후로 참 많이 바뀐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몇 번 만나지도 않은 당신이 했을 법한 행동들을 저도 하고 있습니다. 예쁜 하늘을 보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꽤 마음에 드는 옷을 찾아 스스로를 꾸미고, 무엇보다 당신이 사랑하는 글을 참 꾸준히도 쓰고 있습니다. 재주는 없지만 나답게, 담담하게 자주 쓰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참 감성적인 사람이 되었습니다. 꽤나 상상할 수 없던 나입니다. 참 많이 당신에게 빠져 있었던 모양이에요.


바뀐 나는 한편으로 낯설지만, 감히 말하건대 당신이 보았을 세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또 새로운 일입니다. 그래서 당신을 만난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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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삶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살면서 언제 올지 모를 내가 사랑하게 될 사람에게 (그로써 원래의 내가 산산이 부서져 다시 일어나기에 힘들다고 하더라도) 내 마음을 보여주는 것은 그 자체로 용기이고 내 사랑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수 없이 다치고 아플지 몰라도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생각입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가면서 순수하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점점 더 쉽지 않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아가, 지금은 그토록 소중해 보이는 인간관계 속에서 조차 무언가를 찾는 것이 쉽지 않게 될 때가 있습니다. 관계는 남과 하는 거지만, 거기서 오는 손해와 리스크는 나의 몫일 테니까요. 


당신과는 이미 지나가 버린 인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언젠가 당신에게 있을 힘든 시간에 제가 그 옆에 있기를 바라냐고 물어본다면, 저는 아마도 아직 그렇다고 말할 것 같습니다. 평범하게 순수하게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새삼 힘들다는 걸 오늘도 느낍니다.  












*고료를 받지 않고 작성된 글이며, 주관적인 생각을 밝힌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특정 단체, 특정 인물과는 무관하며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특정 인물을 비하할 의도는 없음을 밝힙니다. 이미지 및 원문의 저작권 관련해서는 개별적으로 문의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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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7/29

<당신이 지나가고 그 자리에 남겨진 것>




그림 및 사진자료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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