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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개군날돌들막 Jul 09. 2019

4. 게으른 베짱이의 눈가리고 아웅

그때 그 일 -2

"네? 하지만 저는 제 할 일을 제 시간 안에 끝내 놓고 퇴근하는 거잖아요... 야근 안 하려고 10분도 안 쉬고 일하는 걸요..."


"그건 알지만 L대리님이 업무가 많으신데, 사무실이 비어있으면 좀 그러신가 봐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야근을 강요받았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신입사원 때는 늘 친철해보이고 배려심 많아 보이던 그가,

어느 정도 회사에 적응하다 보니 게으른 베짱이처럼 보였다.




전 회사는 과장급 이상의 출장이 매우 잦은 회사였다.

그래서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대리 이하의 사원만 사무실에 있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중 L대리는 제일 연차가 많은 직원이었다.

과장 급 이상의 직원들이 모두 출장을 나가면 그는 사무실의 '대장'같았다.


자기 이상의 상사가 모두 출장을 가는 날이면 L대리는 매번 무단지각을 했다.

밤 새 게임을 했거나(그는 한 달에 수십만 원을 게임에 쓰는 사람이었다.) 혹은 술을 마신 그는

휴대폰을 꺼놓고 집에서 쉬다가 점심시간 이후에 회사로 출근을 했다.


혹시나 회사로 그를 찾는 상사의 전화가 오면, 아랫 직급의 직원들은 거짓말로 둘러대기 일쑤였고

그중 가장 큰 희생양은 나였다.

누구나 거짓말을 하기 싫어했기 때문에 L대리가 무단 지각 한 날에는 모든 전화를 신입사원인 내가 받았다.


"L대리 휴대폰이 꺼져있던데, 출근은 했나?"

"네 잠깐 흡연실 가신 것 같습니다. 전해드릴 말씀 있으시면 전해드릴까요?"

"20분 후에 다시 전화 하지"


20분 후에도 나는 곤혹스러운 전화를 받고 거짓말을 둘러대야 했고, 결국 항상 혼나는 건 나였다.




나는 L대리가 점점 싫어졌다.


그는 상사들의 눈을 피해서 업무 시간 중에 게임을 한다.

한 번 흡연실로 가면 20분은 있어야지 온다.

'자기가 업무 시간에 저렇게 지내면서 왜, 10분도 안 쉬고 일하는 나보고 야근을 하래?'

게으른 베짱이 같은 그에 대한 반감은 점점 짙어져 갔다.


그래서 난,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바보 같은 행동을 하고 말았다.


L대리와 나의 사이가 극단적으로 벌어진 계기.


그때 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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