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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자반 Oct 18. 2021

인간 중심주의의 죽음

책 리뷰) '인공지능의 마지막 공부'를 읽고


현시대를 살아가는 20대로서 가장 두려운 점을 한 가지 꼽으라면 바로 '취업'일 것이다.

오늘은 단순히 취업,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닌 다소 더 깊은 이야기를 해 보자 한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인가?




인공지능,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부정적인 감정이 떠오른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의 나는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생각했었다. 편의점을 비롯한 많은 가게들이 무인화되고 있고 다수의 프랜차이즈 식당에는 주문을 받는 홀 직원 대신 키오스크 기계가 생겼다.


'인공지능의 마지막 공부'의 저자는 다소 다른 의문을 던진다. 


인간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인공지능을
'인간 비슷한 것'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면
인공지능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고도의 성능을 가진 인공지능을 인간과 비슷한 존재로 인정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흥미로운 생각 실험을 제안하고 있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인공지능인 자율주행차에 대한 트롤리 문제를 소개해보겠다.


주인을 데리러 가기 위해 자율주행차가 무인 상태로 동작하고 있다. 이때 갑자기 다섯 명의 아이가 도로에 뛰어들었다. 당장 브레이크를 밟아도 사고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이들을 들이받지 않으려면 진행 방향을 바꾸어야만 한다. 하지만 왼쪽에는 콘크리트 벽이 있고, 오른쪽에는 세 명의 승객이 탄 자동차가 달려오고 있다. 이때 자율 주행차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가?

-1장 윤리학, 마중 문제 中


당연히 인간을 위해서는 자율주행차가 희생해야 한다고 이전까지 생각했지만 인공지능 입장에서는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당연히 싫고 껄끄러울 것이라는 생각은 이 책을 읽으며 처음 하게 되었다.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아니 인간을 뛰어넘어 사고할 수 있게 된다면 감정을 느끼는 것 또한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 책을 읽고 나는 동의하는 부분도 있었고,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다소 거부감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그 거부감은 어디서 왔을까. 생각해보니 그것은 아마 내가 나도 모르게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중심주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떤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인가


인간 중심주의는 위험하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오만한 생각은 우리에게 대가 없이 삶의 터전을 제공해주는 지구, 함께 그것을 공유하는 동식물들에 대한 생각을 지우게 만든다.

과연 무엇을 인간으로 정의할 것인가, 에 따라서 다른 존재를 무참히 짓밟을 수 있다.

(일례로, 과거에는 '인간'이라고 정의하지 않았던 노예와 유색 인종을 예로 들 수 있다. 투표권이 없었던 것은 당연하고 매매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현재라고 그런 문제가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미래에는?)


또한 무엇보다, 인간을 최선으로 여기는 인간 중심주의가 부메랑처럼 도리어 인간에게 화로 돌아오기도 한다.

쌓여가는 플라스틱 쓰레기, 지구의 동식물을 위협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미세 플라스틱이라는 형태로 인간의 몸에 축척된다. (우리는 이제 땅과 바다에서 난 음식은 먹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50년 전에 물을 사 먹게 될 것이라고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화력 발전, 과도한 석유 사용으로 인하여 가속화된 지구 온난화는 이상기후 현상을 일으키며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DDT, 일명 살충제의 사용은 또 어떠한가. 


어쩌면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 중심주의의 비극도 이와 다를 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보다 잘난 바 하나 없는 오만한 '인간'이 자신을 착취하고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는 부품이라 취급하는 것을 인공지능이 과연 군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오히려 화를 내게 된다면, '우리'는 그것에 맞서 싸울 수 있을까?




저자는 인간 중심주의의 종말을 고한다.


신 중심주의였던 중세 시대의 완벽한 종말을 고한 것은 철학자 니체의 말이었다. ; 신은 죽었다.

신 중심의 사고, 신 중심의 문화에서 벗어나 사람들은 인간과 자연을 탐구하기 시작했고 르네상스 시대에 예술, 수학, 과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냈다.


지금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우리는 과도기에 살고 있다. 

인간 중심주의를 탈피하는 그 과도기에.


이제 서두의 질문에 답을 해 보겠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는다.

당장 현재는 빼앗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은 더욱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내며 결국 이로운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인간 중심주의를 벗어나 인공지능과 열린 마음으로 협력하게 될 때, 

르네상스 시대처럼 다시 눈부신 발전을 이뤄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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