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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과 여성 사이 <로스트 도터>

씨네아카이브 60. 배우특집 ep.8 올리비아 콜먼

by 마리 Mar 14. 2025

오랜만에 돌아온 배우 특집 8번째 주인공은 영국 여배우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올리비아 콜먼! 내가 그녀를좋아하는 이유는 배우이자 인간으로서의 그녀의 모습도 정말 좋아하기 때문인데 배역과 실제 모습의 어마어마한 갭 차이도 매력포인트! 작품 비하인드나 인터뷰를 찾아보면 그녀의 수줍음, 배려심과 다정함을 언급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데 나는 인간 올리비아 콜먼에게 순수함도 느껴져 애정한다. 그녀의 이런 면모는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에도 언뜻 묻어날 때가 있는데 그래서인지 그녀가 연기한 배역들이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기대하는 인간상에서 벗어난 경우일지라도 비난하거나 마냥 미워할 수가 없다. 세월이 흐르면 사람의 인상에 살아온 세월과 삶의 태도가 묻어난다고 하는데 올리비아 콜먼에게서는 연기에서 그녀의 선하고 순수하며 다정한 인품이 배어 나오는 것 아닐까.


역할의 비중을 따지지 않고 어느 곳에서나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준 올리비아 콜먼의 필모중에서 추천할 작품은 그녀에게 오스카 트로피를 안겨준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와 모성과 여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을 섬세한 연기로 설득력 있게 표현한 <로스트 도터> 2편으로 골라봤다.


씨네아카이브 60.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미소(배우특집 ep.8 올리비아 콜먼)" 전문 읽기



<로스트 도터 (The Lost Daughter)>, 매기 질렌할, 2021년 개봉
(이미지 출처: 네이버)

<로스트 도터>는 이탈리아의 작가 엘레나 피란테의 소설 『잃어버린 사랑』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원작 소설은 ‘모성’으로 통칭되는 육아의 보람 이면에 어머니로서 겪는 여성의 고통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로 주목받았다. 원작가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모습을 일절 드러내지 않아 얼굴 없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배우이자 제이크 질렌할의 누나로도 잘 알려진 매기 질렌할이 원작 소설을 읽고 판권을 사고 싶다고 연락했더니 ‘반드시 여성 아티스트인 매기 질렌할 본인이 연출할 것’을 조건으로 걸었을 만큼 일과 육아를 양립해야 하는 여성과 모성의 관점을 작품의 중요한 포인트로 생각한 것 같다.


매기 질렌할은 <로스트 도터>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는데 그리스로 홀로 휴가를 떠난 비교문학 교수 ‘레다’가 어린 딸과 함께인 젊은 엄마 ‘니나’를 보고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이야기 속에서 ‘어머니로서의 모성과 여성’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진실을 적절한 서스펜스 속에 그려내며 호평받았다. 영화는 제78회 베니스 영화제 각본상 수상을 시작으로 유수의 영화제와 비평가협회에서 감독상, 각본상, 주연상 등을 수상했는데 올리비아 콜먼은 보편적으로 그려지는 어머니의 모습과 달리 모성과 여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레다’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그리스의 한 휴양섬으로 혼자 휴가를 떠난 대학 교수 레다. 해변가에서 시간을 보내던 그녀는 어린 딸과 함께 있는 젊은 여자 니나를 보고 시선을 빼앗긴다. 매일 같은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두 사람은 어느 날 사라진 니나의 딸을 레다가 찾아주면서 대화를 나누게 되고, 엄마와 여자라는 공감대를 나누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리고 레다는 니나를 보며 옛 기억을 하나씩 떠올린다.


주인공 ‘레다’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모성을 지닌 어머니상(像)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휴가지에서 마주친 사람들과 미묘한 마찰을 일으키며 묘한 긴장감을 유발하기도 하고, 니나의 딸 엘레나가 잃어버린 애착 인형을 발견하고도 돌려주지 않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예측에서 벗어나는 레다의 행동은 그녀의 과거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니나와의 만남으로 기억을 하나씩 떠올리며 드러나는 그녀의 과거를 통해 레다가 여성과 모성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던 순간들을 보여준다.


플래시 백을 통해 드러난 레다의 모성은 조건 없는 사랑과 희생으로 포장된 모성과 전혀 다른 형태로 때로는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과거 레다는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해 잠시 가정을 버리고 자신의 욕망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기도 했는데 이상적인 모성에 따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모녀관계라는 구속력에서 완전히 벗어난 인물도 아니다. 그리고 영화는 말미에 이르러서야 레다의 과거와 제목을 통해 관객들이 유추할 법한 그녀의 현재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보여주며 일종의 반전을 선사한다.


아직 ‘엄마’라는 존재가 되어 본 적은 없지만, 엄마가 되지 않고도 내가 아닌 다른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와 책임감이 두려울 때가 있다. <로스트 도터> 속 레다와 니나를 보며 사회가 규정지은 ‘모성’이 엄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나’라는 존재가 희미해지는 것에 대한 여성의 불안을 지나치게 잘못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온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됐다. 나도 무의식적으로 레다가 모성과 여성 사이에서 갈등하며 느끼는 감정이 잘못됐다고 받아들이고 있었으므로. 물론 레다의 행동이 모두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영화는 레다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기보다 우리가 여성에게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희생을 요구했었는 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특히 올리비아 콜먼의 눈빛과, 섬세한 표정 변화는 사회가 만들어온 모성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진 레다의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해 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잔상을 남긴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영화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영화 뉴스레터 ciné-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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